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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행/중국 장가계

장가계 여행 3일 (4), 뮤지컬 천문호선(天門狐仙)

 

 

 

2012.4.24(화)

 

 

저녁을 먹고 뮤지컬 천문호선을 보러 갔다.

우리나라의 선녀와 나무꾼 같은 설화를 장예모 감독이 만든 뮤지컬이다.

백 년 묵은 여우가 있었는데, 언젠가 자신의 목숨을 살려 준 유해 오빠를 그리워한다.

그것을 모르는 여우의 왕, 호왕은 이 여우를 왕비로 맞이하려 한다.

결국 여러 고난를 극복하고 유해 오빠와 그 여우가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줄거리.

천문산 산자락에 무대를 설치해 놓고 야외 관람석에서 보게 된다.

 

 

 

 

 

 

 

9시 15분 공연장 앞

 

 

공연 개시 15분 전이다.

입장문이 세 개 있었는데 하나만 열어 두고 한두 명씩만 입장시킨다.

중국인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옆문을 밀친다.

경비원들이 나와 인상을 쓰며 또 소리지르고,

이에 지지 않고 군중들도 밀면서 함성을 지른다.

결국 옆의 두 문도 열어제껴 밀물처럼 관객들이 들어갔다.

축구장에서의 압사 사고 같은 경우가 일어나는 줄 알았다.

 

 

 

 

 

 

9시 30분 공연 시작

 

 

합창단의 코러스와 함께 뮤지컬이 시작된다.

관람석에서 보면 왼쪽인데, 이 합창단 앞 돌판에 중국어와 영어로 노랫가사가 나온다.

반대편 즉 관중석 오른쪽에는 한글로 된 노랫가사가 나오는 돌판이 있다.

노랫가사를 읽고 무대를 보려니 집중이 안된다.

나는 자막은 보지 않고 무대에만 집중했다.

스토리는 알고 있으니 그냥 감으로 무대를 보며

무대의 화려함에만 빠지기로 했다.

 

 

 

 

 

 

 

 

여우들의 군무

 

 

 

 

 

 

 

 

 

 

 

 

 

 

 

여우들의 왕인 호왕이 주인공 여우에게 구애하는 장면

 

 

 

 

 

 

 

 

 

 

 

 

 

 

 

 

 

 

 

 

 

 

 

 

 

 

 

 

 

오래 전 뉴욕에서 보름간 머문 적이 있는데, 그때 생애 처음으로 뮤지컬을 보았다.

국내에 있을 때, 아내가 뮤지컬을 보러 가자고 했지만 나는 외면하곤 했었다.

노래의 가사를 정확히 알아 들을 수 없어 그 공연이 주는 메시지를 이해할 수 없는데

무엇하러 가느냐는게 내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로드웨이에서 미스 사이공을 보았다. 단지 추억을 남기기 위해.

 

그 관람 후 내 생각이 바뀌었다.

모든 예술 작품은 그것이 주는 메시지와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식과 방식이 어떠하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그러나 때론 그 두 가지 가운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우리를 감동케 하는 경우가 있다.

미스 사이공이 그러했다.

비록 영어로 하는 노래의 가사를 하나도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

그 무대의 웅장함과 화려함만으로도 나는 짜릿한 공연을 보았다.

결국 귀국 후 명성황후를 시작으로 가끔씩 뮤지컬을 보게 되었다.

 

자막을 보며 세세히 이해하지 못해도 좋았다.

그냥 무대에 집중하여 집단적인 무용, 빛의 화려함, 노래 곡조의 흥겨움과 슬픔을 가슴에 담기만 하면 됐다.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가 남자 주인공인 유해 오빠와 그 여우의 인연을 들려준다.

 

 

 

 

 

 

 

 

자연을 이용한 정말 거대한 무대였다.

 

 

 

 

 

 

 

 

 

 

 

 

 

 

 

 

 

 

 

 

 

 

 

 

 

 

 

 

 

 

 

 

 

 

 

 

 

 

 

 

 

 

 

 

 

 

 

 

 

 

 

 

 

 

 

 

 

 

 

 

 

 

 

 

10시 15분, 폭우가 쏟아지다

 

 

이야기가 발단과 전개를 거쳐 위기로 치달을 순간,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입장할 때 비옷 하나씩을 나누어 주길래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일인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관람석에서 빠져 나와 앞에 있는 로비에 모였다.

잠시 후 인원 점검을 하니 우리 일행 모두가 나왔다.

전세 버스까지 가려해도 부실한 우의 때문에 옷이 다 젖게 생겼다.

가이드가 안내원에게 뭐라 사정해 우의를 하나씩 더 얻어 입고는

버스로 내달렸다.

그러나 뮤질컬은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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