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4.24(화)
5시 45분, 셔틀 버스 탑승
원래 고산은 기후 변화가 심한 법,
그런데 아열대 기후인 이곳 장가계는 더더욱 그렇단다.
귀곡 잔도를 걸을 땐 어느 정도 날씨가 받쳐 주었는데,
천문동에 가려 셔틀 버스를 탈 때는 안개가 짙게 끼었다.
이런 길을 구불구불 드르릉드르릉 올라간다.
처음엔 아찔했으나 어제부터 계속 이런 길을 셔틀 버스로 다니다 보니 이제는 이력이 났다.
가끔씩 내려오는 차 때문에 서기도 한다.
그럴 때면 사진 찍기가 좋다.
이 길은 아흔아홉 구빗길로 총 11km,
해발 200미터에서 1300미터까지 오른다.
6시 15분, 셔틀 버스 하차
저 위가 바로 천문동이다.
천문산 케이블 카를 타고 오를 때 굉장히 높은 곳에 있는 뻥 뚫린 구멍을 보았는데 그게 바로 저거다.
천문동......하늘로 들어가는 문
가이드가 딱 40분의 시간을 준다. 남을 자와 갈 자가 결정된다.
걷는 훈련이 안된 아내는 이미 종아리에 알이 배어 포기하고, 딸아이도 덩달아 남는다.
쇼핑과 추가 옵션으로 시간이 빠듯하다. 서둘러 오른다.
뭔가 중국스러운 분위기
모두 999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마지막 한 계단은 천국으로 들어가는 계단으로 남겨두었데나 어쨌데나.
6시 33분, 천문동 앞에 서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그래, 나는 이것으로 인증 사진!
해발 1400에 있는 높이 131에 넓이 57의 구멍.
2006년 국제 에어 쇼 때 넉 대의 비행편대가 곡예 비행을 하며 지나가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구멍.
땅이 넓다 보니 별의 별 것들이 다 있다.
반대편에서도 계단 설치 작업이 한창 진행 중
갑자기 안개가 몰려 오면서 구멍이 사라지고 있다.
계단은 상당히 가파르면서, 폭이 좁다.
올라올 때는 가팔라서 힘이 들고, 내려갈 땐 폭이 좁아 조심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오르기 직전, 가이드가 안전을 강조했다.
실수해 구르면 전혀 대책이 안 설 계단.
저 아래 계단 옆 구조물에서 나이가 든 조선족 여자 두 명과 남자 한 명이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리랑을 비롯해 여러 민요를.
곡조가 완전히 북한식, 연변식이다.
내가 그 앞을 지나기 직전에 가운데 서 있던 여자가 흘낏 쳐다보곤
_ 더 크게
하는 말이 마이크를 통해 들려왔다.
멈칫거리다 호주머니에서 오천 원을 꺼내 그들 앞에 있는 모금함에 넣었다.
내가 이번 여행에서 물건 값과 관계 없이 지불한 액수 중 가장 큰 금액이다.
_ 감사합니다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더욱 크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우울했다.
사실 돈을 넣고 사진을 찍을까 했는데, 안 찍었다.
잘한 것 같다.
출발점 근처에 거대한 구조물을 짓고 있다.
숙소나 매점 같다.
6시 50분, 내려오다
아내와 딸이 매점 앞에 앉아 있었다.
매점의 한글이 신기해 사진을 찍었더니 저 주인 남자가 ' 천 원' 한다.
깜짝 놀라 황당해 하는데 그가 씨익 웃는다.
_ 농담이야
_ 어 그래? 여기 네 얼굴은 안 찍었어. 음식만 찍었어.
나도 농담이야.
안개가 모든 것을 삼켰었는데, 구멍에서만 빛이 나는 장관이 벌어지다.
7시 5분, 셔틀 버스 탑승
중국에 와서 놀란 것 가운데 하나, 흡연자 천국이다.
심지어 천문산 천자사 원가계 같은 명승지에서도 담배를 피고 아무데나 버린다.
그러나 버스 안에서만큼은 피지 말라는 문구가 운전석 위에 있다.
잘 내려가던 버스가 갑자기 멈추어 섰다.
잠시 후 올라오는 덤프 트럭이 보인다.
천문동 바로 밑에서 한창 공사 중인 건물에 쓰일 모래인지 잔뜩 싣고 끄억끄억 올라온다.
와! 하고 놀라고 있는데,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젊은 기사가 한쪽에 핸드 폰을 들고 통화하는 장면이었다.
7시 25분, 셔틀 버스 하차
셔틀 버스에서 하차한 후 다시 케이블 카를 타고 장가계 시내로 내려간다.
장가계 시외버스 터미널
7시 50분, 케이블 카 하차
8시 5분 저녁 식사
장가계 특산물 가운데 하나가 버섯이라고 한다.
저녁으로 먹은 버섯 전골.
양이 너무 많고 썩 맛 있는 것들도 아니라 아마 2/3는 남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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