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P/시

가을혁명 // 이영혜

 

 

 

 

2013년 11월 월출산에서

 

 

 

 

 

 

 

 

혁명은 피를 봐야 한다
때가 되자 가을은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세상을 뒤집어 엎었다
사방 핏빛이다
혁혁한 공을 세운 단풍나무
우쭐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이제 그가 왕 노릇하겠다
날이 갈수록 추종자 늘어나니
사철 푸른 소나무의 곧은 혈기도
지금은 물러서서 기다림을 배워야 할 때
권력의 본질은 원래 물거품이다
부르르 끓어오르다 이내 사그러드는
제 아무리 불로초를 먹었다 해도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푸른 새 힘을
어찌 당할 수 있을까
부스럭부스럭 어디선가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저것 봐라
벌써 무너지고 있지 않은가

 

 

 

 

'NP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타산(頭陀山) // 김장호  (0) 2013.12.06
11월의 나무 // 황지우  (0) 2013.11.29
가을 // 정호승  (0) 2013.11.08
세월 // 도종환  (0) 2013.11.01
그리움 // 유치환  (0) 2013.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