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P/시

따뜻한 적막 // 김명인

 

 

 

 

 

2013년 11월 월출산에서

 

 

 

 

 

 

 

 

아직은 제 풍경을 거둘 때 아니라는 듯
들판에서 산 쪽을 보면 그쪽 기슭이
환한 저녁의 깊숙한 바깥이 되어 있다
어딘가 활활 불 피운 단풍 숲 있어 그 불 곁으로
새들 자꾸만 날아가는가
늦가을이라면 어느새 꺼져버린 불씨도 있으니
그 먼 데까지 지쳐서 언 발 적신들
녹이지 못하는 울음소리 오래오래 오한에 떨리라
새 날갯짓으로 시절을 분간하는 것은
앞서 걸어간 해와 뒤미처 당도하는 달이
지척간에 얼룩지우는 파문이 가을의 심금임을
비로소 깨닫는 일
하여 바삐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같은 하늘에서 함께 부스럭대는 해와 달을
밤과 죽음의 근심 밖으로 잠깐 튕겨두어도 좋겠다
조금 일찍 당도한 오늘 저녁의 서리가
남은 온기를 다 덮지 못한다면
구들 한장 넓이만큼 마음을 덮혀놓고
눈물 글썽거리더라도 들판 저쪽을
캄캄해질 때까지 바라봐야 하지 않겠느냐

 

 

 

'NP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0) 2014.11.21
가을 잎사귀 // 복효근  (0) 2014.11.14
사는 일도 때로는 // 정성수  (0) 2014.10.17
사색의 다발 // 이기철  (0) 2014.10.10
풍경을 읽다 // 이정화  (0) 2014.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