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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시

꽃 진 자리 // 여영현

 

 

 

새들처럼 꽃 이파리도 하늘을 난다
낮게 흐르는 꽃잎은 벌써
청자빛 하늘,
화문 하나를 찍고 있다
과목 아래를 걸어본 사람은 안다
환한 사과꽃 향기 이마나 등에 찍혀
저무는 한 때를 그리워 한다는 것을,
바람은 청동거울을 문지르듯
부조처럼 떠오르는
푸른 얼굴을 새긴다 자세히 보면
꽃 이파리 흩어진 뒤의 자화상,
과목 사이를 걸으며 낙화 분분한
한 때를 추억하기도 한다
과일의 문양에 맞는 둥근 체적들, 아마
희망의 한 순간을 준비하고 있나보다
조급해지는 마음이 한 호흡을
앞서간다



그렇다, 꽃은 벌써
진 자리에서 다시 피고 있다.

 

 

 

 

 

 

 

 

 

 

 

 

2013년 6월 관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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