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P/살아가는 이야기

만성 폐쇄성 폐질환 선고를 받다

 

 

작년 12월 어느 날,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폐에서 이상하게 끓는 소리가 나고, 가래를 동반한 기

침이 끊어지지 않았다. 덜컥 겁이 났다. 담배를 상당히 오랜 시간, 다량으로 피워 왔기 때문에 언뜻 폐암

을 머리에 떠올리며 겁을 잔뜩 먹었다.

 

 

다음날 사무실 근처 병원을 찾았더니, 기관지약을 처방해 준다.먹고나서 사라지긴 했지만, 가끔씩 또 그

증상이 나타나곤 하여 금년 초에 종합검진센터로 가 보았다. 폐 씨티 촬영을 했는데, 폐기종으로 판명했

다. 그런데 사실 그 사진을 판독한 의사에게 좀 문제가 있는 듯 싶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대부분 폐기

종에 걸리며, '담배를 끊는 것이 좋을 것'이라 말했다. 그후 잠시 담배를 끊은 적이 있었는데,  의사의 강

력한 권고가 없었던 탓에 다시 옛날의 흡연 상태로 돌아갔다. 물론 내 잘못이긴 하지만,  좀 아쉬운 대목

이다. 만일 호흡기 내과에 가서 사진을 찍었더라면 의사의 강권이 있었을 것이다.

 

 

그 후 가끔씩 그런 증상이 나나타면 동네 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얻어 기관지약을 사 먹었다. 잠시 멈추고,

때로는 오랫동안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그렇게 지내던 중.......

 

 

11월 6일 오서산에서 비박산행을 할 때, 저녁 먹고 술 몇 잔 마신 후,일찍 잠이 들었다. 기침 때문에 깨어

일어나 보니,  12시 반이다.  그 후 한 잠도 자지 못하고 계속 기침과 가래로 고생을 했다.  하산한 후에도

가라앉지 않는다. 함께 간 동생이 용각산을 사 주었는데,   입에 털어 넣으니 잠시 멈추는 듯 하다가 다시

작한다. 그날 밤 집에 와 한두 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계속 기침과 가래다.

 

 

다음날 삼성병원 특진 예약을 했는데, 25일이나 지나야 가능하다.그리고 그날 밤 다시 한잠도 못 자는 고

통을 맛본다. 특진을 포기하고 일반예약을 해 10일, 호흡기 내과로 갔다.

 

 

증상은 이러하다. 기침과 가래가 끊이질 않고, 특히 누워 있을 때 그 증상이 심하다.  누워 있으면 폐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고, 3층 이상 계단을 오르면 숨이 차서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밤에도 호흡이 불완전하여

숨이 멈추는 듯하다.

 

 

엑스 레이 촬영, 폐기능 검사를 하고, 의사의 표현에 따르면 '강력한 처방'을 받았다. 의사와 대화하며 대

충 어떤 병인지 감이 왔다. 그러나 일주일 더 지켜보고 검사 결과에 따라 이야기 하잔다.약 처방과 기관지

확장 흡입제를 사용한 첫날부터 호흡이 안전해졌다.그래도 하루에 10여 차례 가래를 동반한 기침을 했다.

 

 

일주일이 지난 17일, 다시 병원을 찾았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흡연에 의해 폐기능

이 반으로 줄었고, 기도가 좁아졌다고 한다. 오서산에서 계속 안개를 마셨는데,  그것으로 인해 감기에 걸

렸고, 약해진 폐기능 때문에 급성 폐렴 직전 병원을 찾았단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직 폐기능이

반이나! 살아 있다는 것이다. 죽은 폐는 다시 살릴 수 없다. 그러나 남은 폐를 더 건강하게 할 수는 있다.

 

 

당분간 약으로 폐를 다스려야 한다. 기관지 확장제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평생 흡입하여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의사와 상담을 통해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몇 가지 결론을 내렸다.

 

 

1.절대 금연하다.

2.등산과 비박은 하되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3.찬 공기를 맞지 않도록 노력한다(이제 소백산 칼바람 맞으며 산행하는 그런 특별한 즐거움은 접어야 한

   다. 어찌보면 가장 아쉬운 대목).

4.감기 독감 등에 특별히 주의한다. 만일 걸리면 한 달 정도 고생해야 한다.

 

 

엎질러진 물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었지만, 외양간마저 고치지 않는다면 반이나 남은 폐기능

을 상실할 수 있다. 폐기능을 잃으면 숨을 쉴 수가 없고, 숨을 쉴 수 없으면 죽는다. 간단하다. 잘 다스리며

즐겁게 살자!

 

 

이번 일로 얻은 또하나의 덧 결론, 내 몸의 어느 부분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얼른 병원 가자!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종합 병원을 이번에 처음 갔다. 지금껏 앓은 병이 감기밖에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