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7(월)
비박지 출발(10:30)_ 점심(1:00-2:00)_ 대승령(5:00)_ 대승폭포(6:15)_ 장수대(7:10)
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6시다. 잠을 푹 잤으니 이때부터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고 출발했어야 했다. 그러나
추위 탓에 웅크려 어물쩡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새벽에 올라 온 산행객 몇 사람을 보내고 나서야 짐을 꾸려
길을 나섰다.
눈을 뜨고 텐트 문을 연 후 바라본 첫 풍경.
비박 산행시 느끼는 짜릿한 기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다.
어젯밤 잠을 잔 인테그랄디자인의 mk1 lite.
이제 내년 초봄까지는 이 텐트를 이용할 것이다.
커피 한 잔의 여유까지 부릴 때는 좋았는데.......
이제 길을 나선다. 어제보다는 날씨가 훨씬 좋아졌다.
넘어야 할 봉우리들, 끝쪽에 안산이 보인다.
가리봉 주걱봉 삼형제봉이 오늘은 완전히 운무 모자를 벗었다.
설악산의 아름다운 풍경에 압도되어 자꾸만 발걸음을 멈추고 셔터를 누르게 된다.
이 또한 오늘 마지막 순간 고생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설악산 서북능선엔 갈참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다시 너덜지대를 지나고.......
무릎이 시큰거려 온다.
내가 산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가까운 친구가,
얼마 전 무릎 연골이 헤졌다는 판정을 받았다.
시큰거리는 무릎에 겁이 나 조심조심 걸으니 산행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산과 더불어 오래오래 숨 쉬려면 어쩔 수 없다.
우리 원래 계획은 십이선녀탕계곡으로 내려가는 것이었으나, 나의 느린 걸음 탓에 결국 장수대로 내려가게 된다.
누가 악산이 아니랄까 봐......
대승령으로 가는 도중, 나홀로 비박산행을 온 20대를 넷이나 보았다.
동질감을 느껴서인지 반갑게 웃으며 서로 스치다.
서북능선엔 이정표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그러나 비박 산행으로서 가장 힘든 점은 물을 구할 수 없다는 것.
출발점부터 짊어지고 올라야 한다.
이제는 까마득한 귀때기청봉
저런 봉우리 몇 개를 직각의 철계단을 통해 넘어간다.
가야할 길, 끝지점에 안산이 보인다.
한계령길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다.
마침내 대승령, 안산쪽을 바라보다.
설악산 태극 종주 중인 한 분이 대승령 바로 밑 비박터에서 잠자리를 펴고 있었다.
대승폭포를 지날 즈음,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설마 하고 깊이 넣어 둔 헤드 랜턴을 꺼내기 싫어 그냥 걷는데.......무리다. 랜턴을 꺼냈다.
장수대와 대승령길이 많이 바뀐 듯 싶다.
예전엔 이렇게 계단이 많지 않았는데 이제는 80% 정도가 계단이고 거리도 길어졌다.
근래 홍수로 인해 옛 산행로들이 망가진 모양이다.
시큰거리는 무릎을 조심하며 다시 한 번 무릎 보호대 생각이 간절하게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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