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3.19(토)
비박지 출발(8:35)_ 원적산 천덕봉(9:11)_ 원적산 원적봉(9:50)_ 영원사(10:48)
여섯 시가 조금 넘은 시각, 눈을 떴다. 텐트 문을 열고 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다른 때는 보통 다시 눈을
붙였으나 오늘은 서둘렀다. 산이 낮기 때문에 일찍 산행에 나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고,그들과 마주치
는 것이 번거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기우였다.원적봉까지 가는 동안 만난 산행객은 단 한 사람
이었다.
천덕봉 방향.
오늘 걷게 될 능선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안개였다.
그러나 산행을 다 마치고 집에 돌아갈 즈음엔 황사가 몰려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확연히 누런 공기가 시야를 가렸다.
일찍 서두르길 잘했다.
어제 낮에는 화창한 날씨였으나
밤에는 몹시도 강한 바람이 불었다.
헬기장 옆 봉우리에 서 있는 깃발이 밤새 산짐승의 울음소리를 냈다.
xk가스를 석달 사용하면서 이제는 요령이 생겼다.
xk130 한 통이면 하룻밤 비박을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만일에 대비해 두 통씩 넣고 다녀야 하겠지만.......
비박지를 떠나며.
원적봉 산행로는 어제의 정개산 산행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시원한 조망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늦봄부터는 햇볕 때문에 고생 꽤나 해야 할 산행로다.
안개가 계속 자욱하다.
원적산을 대표하는 봉우리가 둘 있다.
하나는 원적봉, 다른 하나는 천덕봉.
이름상으론 원적봉이 정상일 것 같으나
실제는 563의 원적봉보다 634의 천덕봉이 더 높다.
천덕봉 정상석 옆에 자켓 하나가 버려져 있었다.
군복이다. 궁금하다.
뒤에 보이는 봉우리가 원적산 원적봉이다.
천덕봉과 원적봉 사이의 길 모습으로
중간에 헬기장이 있고, 그곳에서 비박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천덕봉에서 원적봉으로 가는 도중, 원적봉에서 걸어오는 첫 산행객을 만났다.
원적봉에 올라서며.
원적봉에 올라섰을 때 비로소 한 무리의 등산객들을 만나다.
그 중 두 분은 영원사에 차를 대고 올랐는데, 동원대학교까지 간다고 한다.
내가 돌아갈 걱정을 하자, 자신들이 영원사 주차장에 세운 차를 동원대까지 몰고왔으면 한다.
그러나 이런.......
수동이다! 아련한 수동의 시절!
살면서 시간 속에 사라지는 것들이 많다.
아쉬움에 천덕봉 방향을 다시 한번 쳐다보고.
하산하는 길.
올라오는 산행객들을 제법 만나다.
뭐 이리 일찍 산에서 내려오냐고 한 마디씩 한다.
비박지에서 일찍 출발을 하긴 한가 보다.
하산하면서 뒤돌아 본 원적봉.
산행객들 몇이 나무처럼 서 있다.
하산하는 길 중간에
산수유 축제가 열리는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아마 보름쯤 후면 산수유가 피고,
그 마을은 사람들로 북적일 것이다.
예전, 카메라를 갖고 놀던 시절, 그 마을에 갔었다.
당시는 산행을 즐기던 시절이 아니었다.
그때 올려다 본 원적산은 황량해 보였다.
그래서 그후 산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 남들이 이 산에 가자고 말하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곤 했었다.
그러나 어제 오늘 걸어보니 그게 아니다. 나름 매력이 있다.
산이든 사람이든 실제 부대껴 보아야 그 속을 알 수 있다.
영원사.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한 사찰이지만 지금의 모습은 조선 말 모습이란다.
산을 돌아다니며 놀라는 것 가운데 하나가,
그 멀고 먼 시절이라 여겨지는 신라 시절, 어떻게 이런 사찰들을 우리나라 곳곳에 세웠는지 흥미롭다.
그리고 그 시절 그 사람들의 숨결을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이런 곳에서 만난다는 것, 또한 경이롭다.
영원사에서 이천 시내 버스가 다니는 송말 4리 버스 정류장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이 넘는다.
그냥 택시를 타기로 하고 콜을 했다.
이천 시내에서 빈 차로 이곳까지 와(15000원 정도의 거리란다), 동원대학으로 간 다음,
다시 빈 차로 이천 시내까지 돌아가기가 무엇하다는 기사분의 말씀.
거리 요금에 5천원을 얹어 주기로 했다.
이곳에서 동원대학까지 미터기로 1만 3천원이 나왔다.
물론 이천버스터미널까지 간다고 했다면 그분도 쉽게 오셨을 것이다.
터미널에서 승차했을 경우, 종점이 동서울터미널이다.
그러나 동원대학에서 500-2번 버스를 타면 양재역을 거쳐 강남역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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