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을 하기로 결심하고, 첫 고민에 빠진 것이 텐트였습니다. 비박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일반적
으로 하는 말 , 비박지에 와서 이것저것 보고 결정하라!,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첫 비박을
할 때부터 내 텐트를 짊어지고 가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인터넷을 뒤져 보았습니다. 여러 사람
의 사용기와 스펙을 잘 따져보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우선 두 개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가격에 상관없이 좋은 텐트를 사자.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
우 재구매하는 성격이 짙기 때문입니다.또 하나는 텐트의 크기인데, 1인용으로 결정했습니다. 어
차피 비박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자신의 텐트를 갖고 있는데,저 혼자 큰 텐트를 갖고 갈 필요가 없
었기 때문입니다. 1인용이라 하더라도, 등산 장비를 밖에 두면, 2인이 꽉 찬 상태에서 잠을 잘 수
있습니다.아내가 만일 마음이 바뀌어 비박을 한다고 하더라도 소화가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 섰습
니다. 불필요하게 더 무겁고, 더 부피가 나가는 텐트를 메고 다닐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런 기준하에 골라진 것이 블랙다이아몬드의 하이라이트와 퍼스트라이트,랩의 마운틴 비비와 슈
퍼 라이트 비비,힐레베르그의 우나와 솔로 그리고 인테그랄디자인의 엠케이 원 엑스 엘(mk1 xl)입
니다. 그런데 막상 구입한 것은 인테그랄디자인의 엠 케이 원 라이트(mk1 lite)인데,사실 이 제품은
처음 리스트에 없다가 마지막 순간 선택한 것입니다. 그 과정은 이렇습니다. 물론 다 주관적인 기
준이고 판단입니다.
1.사계절용
텐트를 여유 있게 준비하는 사람은 좀더 가벼운 재질의 삼계절용과 재질이 두꺼운 사계절용 두 개
를 갖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떻든 첫 텐트는 겨울도 사용가능한 사계절
용이 적절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블랙다이아몬드의 제품들은 우선 감점.
2.싱글 월과 더블 월
텐트가 한 겹으로 된 것이 싱글 월, 두 겹으로 된 것이 더블 월입니다. 텐트 안과 바깥의 온도 차가
클 경우, 텐트 내부에 결로가 발생합니다.아무래도 더블 월은 바깥과 안 사이에 완충지대가 있어 결
로 현상이 덜합니다.그러나 더블 월은 결정적으로 바람에 약합니다. 두 겹 사이로 바람이 들기 때문
인데요, 실제 작년 영남알프스 간월재 비박시, 엄청난 바람 속에서 더블 월의 펄럭이는 소리 때문에
밤잠을 설칠 지경이었습니다. 싱글 월의 경우, 결로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랩의 경우 투습력
이 뛰어난 익스체인지 라이트 이벤트를 ,인테그랄디자인은 자체 개발한 테그랄텍스를 소재로 사용
하고 있는데 둘다 모두 싱글 월이지만 뛰어난 투습 능력을 보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 힐레베르
그의 텐트들은 감점.
3.설치 편의성
뭔가 손으로 만드는 것, 딱 질색입니다. 설치 시 간편한 것이 더블 월입니다.텐트 밖에서 작업을 하
기 때문입니다. 싱글 월은 안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사용기를 보면 가끔 어렵다는 사람들이 있어
싱 글 월 선택을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용해 보니 그다지 복잡하지 않습니다. 자세한
것은 아래 사진과 함께 있습니다.
텐트는 폴대를 끼우기만 해도 사용할 수 있는 자립형과, 펙을 박아 고정해야 하는 비자립형으로 나
눌 수 있습니다.위에 열거한 텐트들은 모두 자립형입니다.물론 더 확고하게 세우려면 펙을 박아야겠
지요. 특히 더블 월 텐트의 경우는 더욱 그러합니다.펙을 박고 안 박고의 차이는 설치 편의성이란 기
준에서 볼 때, 폴대를 쉽게 끼울 수 있냐 아니냐의 문제보다 더 비중이 큽니다. 저는 이런 관점에서
볼 때도 힐레베르그의 텐트들에 감점을 주었습니다.
4.거주 편의성
비박을 할 때 텐트는 집의 역할을 합니다. 편한 것이 좋겠지요.몇 텐트들의 크기를 비교해 보았습니
다.
누울 길이 옆 길이 높이 무게
우나 230cm 110cm 100cm 2kg
솔로 220 105 95 2.1
써미트 222 120 100 2
써미트 슈퍼 라이트 222 120 70 1.5
mk1 xl 223 117 99 2.15
mk1 lite 208 117 107 1.7
앞서 말한 것처럼 처음에는 mk1 lite가 고려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것들끼리만 비교를 했습니
다.눕는 길이는 거의 비슷한데, 옆폭은 힐레베르그 제품들이 상대적으로 좁습니다. 이 단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제품은 랩의 써미트 슈퍼 라이트입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출입문에 모기장이 없다는
것과 높이가 너무 낮다는 점이 마을메 걸렸습니다.결국 랩의 써미트와 인테그랄디자인의 엠케이원 엑
스엘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제가 텐트를 놓고 고민하던 작년 초, mk1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기 속에서 칭찬하고 있었는데, 랩의 텐
트들은 사용기를 찾아 보기 어려웠습니다.랩이 끌리지만,사용기가 없어 두 제품 사이에서 갈등하던 중,
엠케이 원 라이트를 발견했습니다. 지금은 수입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
몰 어디에도 이 제품은 없었습니다. 미국 사이트인 www.basegear.com을 뒤적이던 중, 발견했는데요,
놀랍게도 그 사이트에서 mk1 xl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었습니다.
비박장비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후배에게 전화하니 그 친구가 잘못 알고 있더군요.mk1 lite가 더 싸고,
가벼운데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mk1 xl을 더 많이 사용하냐고 물었더니, 재질이 얇아 선호하지 않는다
고 하더군요.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정보입니다. xl과 같은 디자인에 같은 소재를 사용하고 있으며,단지
누울 자리만 짧습니다. 그런데 그 길이라는 것이 미국인들도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는 길이였습니다. 게
다가 이 제품이 50불이나 싸고, 400g이나 가벼워 결국 최종 선택하게 됩니다.
위가 mk1 lite이고, 아래는 코베아의 알파인2 네스카 그라운드 시트다. 엠 케이 원 라이트의 경우, 본래의 그라운드 시트가 없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불필요하다는 이야기이지만, 그라운드 시트가 있으면 여러 면에서 좋기 때문에 가장 규격이 가까운 아래 제품을 구입했다. 비닐을 잘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그라운드 시트. 텐트 하부를 보호하는 장점도 있지만, 텐트 설치나 철수 시 다른 물건들을 올려 놓을 수 있다.
비닐 봉지에 있는 것이 텐트 내부에 끼우는 폴. 철거할 때는 폴을 먼저 비닐에 넣고, 폴대 길이에 맞추어 텐트를 접으면 된다.
텐트 내부다. 폴을 X자 형태로 끼우는데 찍찍이를 사용한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무척 애를 먹었지만, 지금은 3분 정도에 작업을 완료한다.폴을 우선 x자 형태로 끼우면 텐트가 일어선다. 처음엔 안으로 기어들어가 끝부분에 폴을 끼우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냥 끝부을 뒤집어 내 선 자세에서 끼운다. 벨크로는 중앙에 하나가 있고 네 방향에 두 개씩 있다. 일단 일어선 텐트 안으로 들어가 중앙에서 가까운 부분의 벨크로부터 고정하면 쉽게 작업이 된다.
양측에 있는 통풍구다.
출입문에 있는 모기장. mk1 xl에 비해 출입문이 다소 작다. 따라서 모기장도 조금 작다. 유일한 단점이다. 출입문이 좁아 조금은 출입하기가 불편하다. 그러나 넓은 것에 비해 불만족스럽다는 이야기지 결정적인 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매트리스가 하나 깔려 있다. 옆에도 빡빡하게나마 하나를 더 깔 수 있지만, 비박장비를 놓아 둘 공간이 완전하게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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