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매력에 푹 빠지면서 첫 구매했던 중등산화는 누벅 가죽에 고어텍스가 가미된 캠프라인의
빅타. 상식적으로 가죽 보호를 위해 왁스를 칠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왁스를 구입해 덧
칠했다. 갑자기 가죽 색깔이 너무 진하게 바뀌어 깜짝 놀랬는데, 밖에 나갔다 오면 왁스 위에 오물
을 잔뜩 뒤집어 썼다.
나름 비싸게 주고 산 등산화라 애지중지하던 차, 당시 자주 들락날락거리던 카페에서 가슴 뜨끔
한 글을 보았다. 가죽 자체가 숨을 쉬는데 그 위에 왁스를 덧칠하면 투습 능력이 떨어진다는 내
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며칠 후 덕유산을 갔는데, 신발에 땀이 많이 찬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지경이 되자 내 등산화에 대한 애정이 식기 시작했다. 잘 만든 등산화를 내 스스로 기능 상실화시
킨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생겼다.
세월이 흘러 비박산행에 관심을 가질 즈음 새로운 중등산화를 구입했다. 왁스를 덧칠한 빅타에
대해 신뢰감을 잃은 탓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빅타는 너댓 시간 이상만 걸으면 발바닥에서 불이
났다. 그래서 빅타는 당일 산행용으로 사용하고, 비박용 등산화로 새로 구입한 것이 한바그의 알
라스카 GTX다.
알라스카는 빅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왁스를 바르지 않고, 산행 후 솔질만 하면서 관리를했
는데, 어느날 불현듯 정말 맑은날에 번개 치듯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왜 그 중등산화
를 만든 회사 홈피에 왁스를 덧칠해 신발을 관리하라고 했을까? 사실이 그렇다. 우리나라 등산
화 제조업체 홈피엔 없지만, 한바그나 마인들 회사 홈피엔 왁스를 덧칠해 관리하라는 내용이 명
시되어 있다. 여기서 다시 혼란이 왔다. 그래서 다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해 보았고 나
름 몇 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왁스를 칠하는 것이 맞다. 왁스는 가죽에 영양분을 주고, 가죽을 보호한다. 그런데 왜 빅타의 경우
문제점이 발생했던 것일까? 바르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마침 공동구매 카페에서 스페인
의 토고 가죽 왁스를 판매한다기에 구입해 알라스카에 덧칠했다. 이번엔 여러 경로를 통해 왁스 칠
하는 방법을 배워 그대로 실행했다.
[작업한 순서]
1.끈을 모두 풀고 솔로 구두를 깨끗이 했다. 약간 더러워진 부분은 물걸레로 깨끗이 씻어낸 후 그늘
에 말렸다. 빅타의 경우, 끈을 풀지 않은 채 작업을 했었다. 그 결과 끈과 고리 부분에 왁스가 늘어
붙었고, 그 자리에 더께가 끼었다.
2.왁스를 손가락으로 얇게 펴 발랐다. 그 결과 일정한 양으로 왁스를 바를 수 있었다. 빅타의 경우는
왁스를 천에 묻혀 발랐는데 그 양이 과도했다. 게다가 일주일이 멀다 하고 대여섯 번씩이나 발랐다.
이번엔 손가락으로 얇게 펴 바르고 3회 반복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계절에 한 번 정도씩만 하려
한다. 왁스를 바른 후 약한 불에 쪼이면 가죽에 더 잘 스며든다고 하는데, 손가락으로 작업할 경우
손가락 열을 자연스레 이용할 수 있다.
[결과]
1.상당히 만족스럽게 왁스칠이 되었다. 마치 잘 작업한 자동차 코팅같은 느낌이 들다.
2.한 가지 의문은 왁스칠 이후의 등산화 색깔 변화다. 빅타의 경우, 굉장히 어둡게 변했는데, 이번
경우엔 약간만 어두워졌다. 두 등산화의 가죽 차이인지 아니면 왁스 차이인지는 모르겠다. 빅타의
경우 원래 가죽 색깔이 좋아 왁스 칠 이후의 모습이 별로였으나,알라스카의 경우는 정반대다. 원래
색이 너무 엷어 불만이었는데 왁스로 인해 적절하게 안정감 있는 색깔로 변했다.
얼마 전 도락산 비박 산행시 왁스칠을 한 알라스카를 처음 신어 보았다. 산행 후 아주 만족스러웠다.
솔질 한두 번에 반짝인다. 과도하게 왁스칠을 하여 오히려 신발에 이물질이 덕지덕지 묻던 빅타 시
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왁스를 칠하기 전과 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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