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롱에서 점심을 먹고, 시누와로 가는 길,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면서 우리들이 지키기로 했던 다짐을 오랫만에 실천했다. 가능한 가난한 가게에서 돈을 쓰기로 한 계획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가난에 찌든 매점, 그곳에서 과일 몇 개를 사서 나누어 먹었다. 젊은 남편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고, 아내는 밭을 매고 있었다.
업 다운이 계속 되는 길. 경관 좋은 곳에서 독사진을 찍고 있는데, 서양인이 자신도 찍어달라며 카메라를 꺼낸다. 이태리에서 왔다고 한다. 나는 무심코 내가 ac밀란 팬이라고 헛소리를 했다. 팬이 아니지만 친근감의 표시로. 그런데 그 친구 로마에서 왔고, as로마 팬이라고 한다. 어차피 이태리 축구 좋아하지 않는데, 조금 참았다 그 친구 고향 물어보고 이왕이면 나도 as로마 팬이라고 할 것을..........!
시누와를 지나 뱀부로 가는 길. 날이 어둑해지고 게다가 날씨까지 싸늘해진다. 우리나라 대학생 하나를 만났다. 동료가 고소병이 걸려 먼저 내려갔고 자신은 이제 내려간다고 했다. 그리고 뱀부에 방이 없다고 알려 주었다. 고민이 생겼다. 다시 시누와로 돌아가기엔 억울하다. 그래서 그냥 무턱대고 뱀부로 향했다.이번 안나푸르나 트레킹에서 가장 길게 오래 걸었던 날이다.
그 친구 말대로 뱀부엔 빈 방이 없었다. 식당에서라도 자게 해달라고 사정하기를 몇 집. 겨우 green view lodge 식당에서 자기로 했다. 직사각형의 넓직한 식탁이 있고, 그것을 둘러싸고 긴 의자 몇 개가 있었는데, 의자 위에 침낭을 깔고 자기로 했다. 우리는 짐을 식당에 풀고 한 구석에 모여 앉아, 식당 안에 모여 있던 트레커들이나 포터들이 가기를 기다렸다.
노숙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안도감 속에, 우리는 배낭에서 꺼낸 한국산 안주를 몇 가지 술과 함께 즐기고 있었다. 이때 우리들 옆에 젊은 독일인 커플이 있었다. 우리가 갖고 간 한국 음식 몇 가지를 건네주자 아주 흥미롭게 먹었다. 이후 서로 말문이 터지면서 무척 즐거운 대화가 계속되었다. 그들은 우리들이 독일에 대해 상당히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것에 놀라해 하는 눈치였다. 특히 구텐베르그 이야기가 나왔을 때, 여자 친구의 눈이 휘둥그래지며 거의 경악하는 수준이었다. 여자가 남자에게 귓속말로 몇 마디 하더니 자신의 룸에서 네팔 특산주인 마르파 브랜디 한 병을 들고와 우리들에게 건넨다. 이후 서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계속 즐거운 시간.
독일인 친구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갔을 즈음, 10여 명의 일본인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왠지 애써 우리들을 외면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우리들이 취해서 떠드는 모습이 싫었는지, 아니면 우리가 식당의 분위기를 제압하고 있는 상황이 싫었는지 우리 눈길을 피했다. 독일인 커플 옆에 앉은 일본 여인이 독일인에게 말을 자꾸 건넸지만, 독일인들은 계속 우리에게만 관심을 가졌다. 이때 스타가 탄생했다.
다른 일본인들과는 달리, 우리 일행 오른쪽 곁에 앉아 있던 일본인은 딱 보기에도 호기심 많은 사람이었다. 자신의 일행 이야기보다는 우리쪽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더니, 어느 순간 우리들한테 끼어 들었다. 말이 계속 이어지자 일본 일행들 가운데 몇이 제지하려는 모습이 보였는데, 이 친구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우리 이야기 속에 뛰어들곤 했다. 그리고 자신의 명함을 우리들에게 돌렸다. 이름은 히데다까 에가시라. 은퇴했는지 직장은 없었다. 이메일 주소와 모바일 폰 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고........하단에 '백취미'라는 항목으로 자신의 취미들을 적어 놓았다. 무선 햄, 천문, 등산, 철도, 사진, 여헹 등이 너저분하게 적혀 있었는데.......우리들을 뒤집어지게 만든 것은 맨 뒤에 적혀 있던 취미.......... '미인연구'!
우리나라 제기차기와 다를 것이 없었다.
목표가 멀지 않았음을 느끼다. 내 목표는 abc!
우리들은 기회가 되지 않아 백숙을 해 먹지 못했다. 그러나 라운딩을 하며 먹어 본 친구들에 따르면, 산닭이라 무척 맛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귤보다 약간 덜 시다.
매점 주인 남자
시누와
이태리 로마 친구
대나무가 많은 동네라 뱀부다.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 식당 앞에서
식당. 이때만 해도 독일인 커플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
등장한 일본인들
국제 변호사인 독일인 Jonas와 그의 여자 친구. 둘다 인물이 출중했는데, 사진이 받쳐 주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멋진 친구들. 우리들은 오르고 있었고, 이들은 내려가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만나지 못했다. 이메일로 내 블로그 주소를 알려주기로 했는데, 이 사진을 보고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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