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1(수)
츌리에 출발(8:30)_ 구르중(9:30)_ 촘롱(11:41-13:20)_ 시누와(14:26)_ 뱀부(17:18)
아침에 일출을 보려고 6시 전에 깼다. 그러나 역시 어젯밤 예상한대로 날씨가 흐릿해 제대로 일출을 볼 수가 없었다. 만일 맑았다면 푼힐 못지않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아쉽다. 이 롯지의 주인은 구릉족. 영국군이 인도와 네팔 정복 시, 가장 어려웠던 전투가 구릉족과의 싸움이었다지. 그래서 구릉족은 후일 영국의 용병으로 활약하기도 한다. 우리와 같은 몽골계여서 두상이 비슷하다.
아침을 먹고 롯지 밑으로 내려가 길을 떠났다. 앞서 가던 일행이 왁자지껄하다. 원숭이 한 마리를 붙잡아 키우는 집이 있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사람들 때문인지 원숭이가 불안해하며 이리저리 날뛴다.
학교에 가는 학생들을 만났다. 한 아이는 동생을 데리고 학교에 간다. 슬리퍼를 신은 동생이 무릎을 돌에 부딪혀 울며 힘들어 하자, 누나의 친구가 달래며 함께 데려간다. 장난꾸러기 티가 나는 여학생 하나가 사진 포즈를 취해주며 까르르 웃는다.
잠시 후, 그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를 볼 수 있었다. 학교 정문 앞에는 기부금함이 있었고, 그 안에 기부금들이 가득하다. 우리들도 약간의 기부금을 내고, 눈에 띄는 어린이들에게 학용품 몇 가지를 나누어 주었다.
그 후, 아름다운 농촌 풍경이 이어진다. 황금색 벼가 익어가고 있었고, 사람이 서 있기조차 힘든 비좁고 비탈진 산기슭에 다랭이밭이 계단을 이루고 있다. 이 길에서 베이스캠프를 거쳐 하산하던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여럿 만났다. 대부분 인도를 거쳐 들어왔다고 했다. 내 대학 시절엔 왜 이런 기회가 없었는가? 그리고 나타나는 촘롱 마을.
촘롱 마을도 큰 마을이다.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에 롯지와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다. 우리가 들어간 곳은 international guest house. 마당 가장자리에 장미와 각종 꽃이 피어 있었고, 안나푸르나의 설봉들이 가까이 보인다. 메뉴판을 받아 보고 놀랬다. 김치찌개가 있다. 우리는 김치찌개와 샌드위치를 시켰다. 남들은 김치찌개가 무척 맛있다고 하나, 내 입맛에는 별로였다. 차라리 샌드위치의 맛이 뛰어났다. 꽃과 설산을 함께 바라보며 먹는 점심이었다.
세상의 중심이 나라고 생각하던 시절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었다. 내 안에 내가 갇혀 있어 자연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라는 존재가 이 거대한 자연의 하나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나는 나로부터 벗어나게 되고 자연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자연과 나는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삼라만상 가운데서 횡과 종으로 만나는 그런 인연이라는 것을. 인간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나와 너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이 위대한 자연 속에서 연결의 꼬리를 갖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너와 나는 형제다.
그래, 너도 친구다.
장난꾸러기녀석. 두상부터가 그러하다.
학교. 학생인 언니나 오빠를 따라온 어린아이들도 꽤나 많았다.
기부금함.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 가운덴 이렇게 기부금함을 교문 앞에 내놓은 학교들이 많았다. 아까 함께 왔던 장난꾸러기 소녀아이가 교문에 기대어 서 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네팔은 여자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다. 이러한 상황 때문인지 일부다처제가 용인되고 있고, 노동에 참가하는 여자들도 많았다.
아름다웠던 마을
3,40년 전 우리네 농촌마을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네팔인들은 대체로 한국을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선 한국에 와서 돈을 벌어 자국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고, 네팔을 찾는 한국인들이 관광객이라기보다 트레커들이기 때문에 현지인들과 마찰이 적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정이 많은 한국인이라 포터나 아이들에게 서양인들보다 따스하게 대해주는 경향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점심을 먹었던 레스토랑.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에는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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