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0(화)
출발(5:10)_ 푼힐전망대(5:52-7:25)_ (아침식사)_ 출발(9:10)_ 반탄 티(12:20-2:00)_ 타다빠니(3:30)_ 츄일레(4:35)
친구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다. 모든 것이 정상이다. 어젯밤 그렇게 두려워했던 고산병의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친구에게 말하니 그분이 오셨다 갔다고 표현한다.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푼힐전망대로 올랐다. 다른 숙소에서 잔 사람들은 우리 숙소 앞을 거쳐 올라갔다. 뒤를 돌아다 보니 헤드랜턴의 불빛이 장관을 이룬다. 올빼미형 인간인지라 우리나라에서도 일출을 본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푼힐전망대의 일출은 워낙 유명한지라 빠질 수가 없다. 복장은 완전히 겨울.
푼힐전망대에 섰다. 전망대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에서 많이 보았던 탓인지 낯설지가 않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는데도 전망대 팻말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어제까지 보이지 않던 한국인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안나푸르나 트레커들 가운데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이 푼힐까지만 왔다 간다. 한켠에 있는 매점에 들어가 따스한 밀크티 한 잔을 사서 마셨다.
지금까지 내가 밟아 본 가장 높은 곳은 2750의 백두산. 푼힐은 그곳보다 500미터 정도 더 높은 3210. 어느 높이의 산에 올라갔느니, 어떤 산을 남보다 빠른 몇 시간에 주파했느니 하는 기록들에 별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내 삶에 있어서 새로운 경험이다. 사실 나는 등산이란 낱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입산이란 말을 더 좋아한다. 내가 들어와 있는 이 산의 푼힐에 와 있을 뿐이다.
사람들의 시선이나 카메라 렌즈가 모두 해가 뜨는 곳으로 향해 있었다. 그러나 나의 렌즈는 떠오르는 해의 색깔을 받아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산봉우리들을 향하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바라보느냐, 내가 어느 쪽에 빛의 양을 측정하느냐에 따라 내 앞의 모습들이 무쌍하게 변하고 있었다.
일출을 즐긴 후, 아마 우리가 가장 늦게 내려왔을 것이다. 푼힐전망대에서의 추억은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숙소 앞 마당에서 다올라기, 히운출리, 마차푸차레의 설봉들을 바라보며 아침 식사를 했다. 식당을 벗어나 야외에서 그것도 멋진 히말라야의 멋진 설봉들을 바라보며 품위있게 아침식사를 한 사람들은 우리 뿐이다. 우리의 식사는 라면! 외국인들이 신기한 듯 힐끗힐끗 쳐다본다.
푼힐전망대 입구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어쩌면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나는 이번 여행의 사진 기록을 모두 lx3로 기록했다. 푼힐전망대에서 그것의 짧은 망원렌즈에 대해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그것의 24미리 광각과 밝은 렌즈는 늘 기쁨이었다. 적어도 몇 년간은 lx3가 내 여헹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드디어 해가 솟아 오르고 있다.
히운출리를 바라보며
내려오는 길에.
아침식사를 하며 바라본 앞산. 비행기 하나가 축하 비행을 해 주고 있었다.
숙소 앞. 우리는 이 자리에서 설산들을 바라보며 품위있는 아침식사를 라면으로 때운 후, 베이스캠프를 향해 떠났다. 잊지 못할 아침식사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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