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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행/안나푸르나

[lx3] 안나푸르나 트레킹 4일, 고래빠니에서 잠들다(1/2)

 

 

2009.11.9(월)

 

 

티르케둥가 출발(8:30)_ 울레리(10:45)_ 반탄티(11:53-13:20)_ 낭게탄티(15:00)_ 고래빠니(16:30)

 

 

 

숙소를 나서려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포터들의 짐을 덜어준답시고 한국에서 가져간 음식으로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을 해결했다. 롯지의 숙박비는 높이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200루피. 숙소 주인들은 방값보다 식대에 더 관심이 많다.1인당 식사비는 한 끼에 대략 300-500루피. 7명의 대식구가 몰려들어 입이 벌어졌던 주인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숙박비로 방 하나에 400루피씩 지불해야 했다.

 

 

점심을 먹던 반틴티에서는 작은 발견을 했다. 곳곳에 양배추를 재배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삶아달라고 해서 된장과 다른 반찬을 얹혀 밥을 먹었다. 고랭지에서 나온 무공해 양배추쌈을 먹은 격이다.

 

 

반탄티에서 낭게탄티로 넘어가는 길은 특이하다. 다른 길들과는 달리 하늘을 빼고 사방이 닫힌 숲길이다. 혼자 어둑할 때 걸으면 너무 으스스할 것 같은 길. 걷다 보니 모자가 앞에 걷고 내 뒤에 사내아이가 또 하나 따라오고 있다. 나는 천천히 걸으며 그 아이를 기다렸다. 그런데 전혀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다. 내가 발걸음을 멈추니 그 아이도 발걸음을 멈춘다. 한눈에 보아도 숫기가 없는 녀석. 아마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던 모양이다. 앞에 가던 어머니가 자꾸 돌아보며 빨리오라고 눈길을 보낸다.

 

 

뒤로 돌아서서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한 마디만 하고 입을 다문다. 그런데 앞에 가는 동생은 쾌활하게 웃으며 나를 대한다. 배낭에서 초코파이를 꺼내 주었다. 두 녀석 입에서 동시에 '초코파이!'를 외치며 입이 찢어진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나라에서 초코파이가 어린이들에게 꽤 인기가 있다고 한다. 슬슬 몇 마디 이야기를 걸자 그제서야 싱글벙글거리며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자식들이 즐거워하자 어머니도 감사의 눈빛을 보내며 두 아들과 함께 종종 걸음으로 사라졌다. 어쩌면 지루했을 빈탄티에서 낭게탄티까지의 길을 이렇게 걸었다.

 

 

 

 

 

 

 

 

 

 

 

 

 

 

 

 

 

 

 

 

 

 

 

 

 

 

 

 

 

 

 

 

 

 

 

 

 

 

 

 

 

 

 

 

 

 

 

 

 

 

 

 

 

 

 

 

 

 

 

 

 

 

 

 

 

 

 

 

 

 

 

 

 

 

 

 

 

 

 

 

 

 

 

 

 

 

 

 

 

 

 

 

 

 

 

 

 

 

 

 블랙티. 왜 레드티라고 부르지 않고 불랙티라고 하는 지 모르겠다. 네팔인들이 즐겨 먹는 티로, 고산병 예방에 좋다고 해서 트레킹 내내 하루에 서너 잔씩 마셨다. 한 잔씩 파는 것이 아니라 빅 포트, 스몰 포트의 단위로 판매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빅 포트로 주문해 나눠 먹었다.

 

 

 

 

 

 

 

 

 

 블랙 티를 판 매점 주인집 내부. 초라하기짝이 없고 너저분하다. 그러나 뭔지 모르게 더럽지는 않다는 느낌. 흙이 주는 정겨움 때문인가?

 

 

 

 

 

 

 

 

 

 

 

 

 

 

 

 

 

 

 

 

 

 

 

 

 

 

 

 

 

 

 

 

 

 

 

 

 우리네 시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산촌다람쥐 이 사장에 따르면 신종인플루엔자 때문에 안나푸르나 트레커 수가 엄청 줄었단다. 이날 오르면서 만난 사람의 수를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한국인은 트레킹을 하며 지금까지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바로 울레리를 넘으면서 베이스 캠프를 거쳐 하산하던 중앙대 여학생을 만났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혼자 왔다고 했던가?

 

 

 

 

 

 

 

 

 

 

 

 

 

 

 

 

 

 

 반탄티

 

 

 

 

 

 

 

 

 

 점심을 먹었던 반탄티에서 포터들과.

 

 

 

 

 

 

 

 

 

 스페인 노부부. 이후 두세 번 마주쳤다. 이 부부는 천천히 그리고 짧은 코스로 걷는다고 했다.

 

 

 

 

 

 

 

 

 

 

 

 

 

 

 

 

 

 

 점심을 먹고 일어서다 손가락이 칼에 베인 할머니를 보았다. 아무런 치료 없이 그냥 천으로 손가락을 감고 있었다. 우리는 연고와 1회용 밴드 몇 개를 건넸다.

 

 

 

 

 

 

 

 

 

 

 

 

 

 

 

 

 

 

 문제의 말 없던 그 녀석

 

 

 

 

 

 

 

 

 

 앞서가던 어머니와 동생

 

 

 

 

 

 

 

 

 

 동생과 어머니가 자꾸 뒤돌아보며 형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마침내 나의 저지선을 뚫고 형제 상봉

 

 

 

 

 

 

 

 

 

 어머니의 비명소리에 달려가 보니 뱀 한 마리가 기어가고 있었다. 포터들도 이 코스에서 뱀을 본 적이 없었다는데...... 행운과 불운 중 어느 징표인가?

 

 

 

 

 

 

 

 

 

 

 

 

 

 

 

 

 

 

 으스스한 길

 

 

 

 

 

 

 

 

 

 

 

 

 

 

 

 

 

 

 

 

 

 

 

 

 

 

 

 이제는 어느 정도 나와 친해졌다. 형에게 몇 살이냐고 물었더니 '뜨엔'이라고 했다. 처음엔 투웰브인 줄 알았는데 텐!

 

 

 

 

 

 

 

 

 

 

 

 

 

 

 

 

 

 

이후로 그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낭게탄티. 간판 밑에 그 지역 이름을 써 놓아 지금 내가 어느 곳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낭게탄티의 꽤나 크고 깨끗했던 로지 여주인.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었다. 1시간 30분 거리에 워낙 유명한 고래빠니 마을이 있어 트레커 한 명 없이 쓸쓸함만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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