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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길/산행

설악산, 한계령_대청봉_오색약수

* 산행일 * 2007.5.19(토)

 

 

* 산행 코스 * 한계령휴게소(10:10)_ 서북능선삼거리(11:40)_ 너덜지대(12:05)_ 중청3.5(12:54)_ 끝청(1:354)_ 중청휴게소,점심(2;35_3:00)_ 대청봉(3:18)_ 오색1.7(5:04)_ 제 1쉼터(5:15)_ 오색약수 매표소(6:00)

 

 

* 산행 시간 * 7시간 50분

 

 

  

설악산.말로만 들어도 얼마나 가슴이 설레는가.한 달 여 전부터 오늘의 산행을 그리워하며 마음이 설레었다.서울에서 7시에 출발한 대절버스가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한 시각은 정각 10시.휴게소 맞은편 남설악이 멋진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며 오늘 산행에 대한 설레임을 부추긴다.장비를 점검한 후 산으로 들어갔다.

 

 

 

 

 

설악산 대청봉에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는 오색약수에서 오르는 것이다.3시간이 조금 넘는다.당연히 대청봉에 올랐다 다시 내려오는 가장 짧은 코스는 오색약수와 대청봉을  왕복하는 것이다.그러나 원점회귀가 아니라면, 한계령과 연결하는 코스가 가장 짧은 코스다.출발점을 오색으로 할 수도 있고 이 곳 한계령으로 할 수도 있다.오색약수에서 오르는 코스는 짧지만 가파르다.한계령에서 오르는 코스는 길지만 오색약수 코스에 비해 완만하다.대신 대청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급경사들이 이어진다.누가 설악산이 아니랄까 봐 돌들이 이곳저곳에 널려 있고 급경사가 계속된다.다행스러운 것은 날씨가 그나마 서늘했다는 점이다.

 

  

 

 

 

 

 

 

40여 분이나 거칠게 오르고 나서야 잠시 평온한 길이 나온다.그러나 그것도 잠시,다시 길이 거칠어지면서 호흡도 거칠어진다.그러나 안개와 어우러진 설악산의 멋진 모습들이 있기에 발걸음이 무겁지 않다.오색 약수에서 오르는 길은 이런 멋이 없다.그 곳의 코스는 무조건 가파르게 빨리 대청봉으로 오르는 것 뿐이다. 

 

 

 

 

 

 

 

 

산행 중 오른쪽으로 능선이 보였다.서북능선의 오른쪽이다.이제 나는 저 능선에 올라 저 길을 걸을 것이다.내 등산화는 이미 저 위를 걷고 있다. 

 

 

[서북능선의 모습...오른쪽으로 계속 가면 대청봉이다]

 

 

 

 

[설악산은 작년에 엄청난 홍수 피해를 입었다.그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안개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짙어졌다 엷어지기를 반복한다.그러한 상황에 따라 설악산도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을 나에게 보여 준다.마치 한 폭의 수묵화을 보는 듯하다.

 

 

 

 

 [클릭하면 확대 사진]

 

 

 

산행을 한지 1시간 30분, 서북능선 삼거리에 도달했다.설악산은 대청봉을 정점으로 몇 개의 거대한 능선이 있다.오른쪽으로 화채능선이 있고, 왼쪽으로 서북능선이 있다.내가 선 이 서북능선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귀때기청봉을 거쳐 십이선녀탕계곡으로 연결된다.오른쪽으로 가면 대청봉이다.물론 여기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서북능선은 설악산 등산 코스 가운데서도 가장 힘든 코스라고 보통 말한다.길이도 길지만 여름엔 해가,겨울엔 눈과 바람이 등산객의 발목을 잡는다.그러나 오늘 내가 걷는 코스는 서북능선 가운데 1/2도 안 되는 길이다.

 

 

 

 

 

 

 

 

 

 

 

 

 

능선을 중심으로 오른쪽 왼쪽 할 것 없이 절경을 뽐낸다.산행 시작할 때부터 따라붙었던 안개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오른쪽 안개는 짙은 데 왼쪽은 덜하다.내가 걷고 있는 능선을 안개가 넘지 못하고 있음이 눈으로 확연하게 들어왔다.

 

 

 

 

 

 

너덜지대......설악산은 전형적인 바위산이기 때문에 산 곳곳에 돌들이 많다.그런 가운데서도 이 지역의 너덜지대는 유명하다.재작년 이 지대를 지날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그 때는 비브람 등산화를 신어 미끄러질 뻔한 경우가 몇 번이나 있었다.그러나 오늘은 캠프라인의 빅타를 신어 그나마 안정감있게 산행할 수 있었다.

 

 

 

 

 

 

 

 

능선의 왼쪽도 점점 안개가 짙어지기 시작한다.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봉정암도 함께 나타났다 사라진다.그래도 중청에 이르면 안개가 어느 정도 걷힐 것 같은 느낌이다.오늘 일기 예보에 오전엔 흐리지만 오후엔 개인다고 했으니까.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런 나의 막연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게 된다.속세의 일기예보를 감히 설악산에 적용하다니!

 

 

 

 

 

 

 

 

언젠가 대학 동기가 나에게 물었다.너는 왜 산을 그렇게 좋아하는가? 설악산에 가 봐. 이 말이 대답이었다.그런 말을 하는 나도 설악산에 자주 가는 것은 아니다.그래도 언제나 내 마음엔 설악산이 있다. 

 

 

 

 

 

 

 

마침내 중청대피소에 도착했다.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대피소.그 뒤로  대청봉이 보인다.안개가 약간 걸쳐 있지만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다.가슴이 설렌다.6년 전 산을 처음 알고 난 후, 그 이듬해 6월 대청봉에 처음 올랐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생생하다.그 후로 몇 번 대청봉에 올랐는 데 아마 오늘이 가장 좋은 날씨인 것 같다.중청대피소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대청봉으로 오른다.(대피소에 컵라면은 없고 햇반은 있다.)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을 때는 대청봉이 또렷하게 보였다.그러나 자리를 뜰 즈음 갑자기 안개가 몰아치기 시작했다.오른쪽의 짙은 안개가 서쪽으로 넘어가며 대청봉을 뒤덮는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뚜렷했던 봉우리가 안개에 잠겼다.

 

 

 

 

 

정상 근처에 이르면 눈잣나무 군락이 있다.누운 잣나무의 준말로 설악산 이북의 산 정상 근처에 자라는 나무다.바람이 불어 제대로 자라지 못한 채 줄기가 옆으로 퍼져 있다.나무를 잡아 채면 뿌리는 저 멀리 있다고 한다.고산 식물 가운데 하나다.우리가 평지에서 보는 세상과 다른 이런 고산의 특별함이 내 마음을 휘젓는다.

 

 

 

 

  

 

 

 

 

오늘 산행에서 못내 아쉬운 점이 있다.적어도 중청대피소나 대청봉으로 오르는 길에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의 멋진 모습을 사진기에 담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그러나 산행 시작 때보다 더 많은 안개가 끼어 도저히 그 멋진 모습들을 잡을 수가 없었다.

  

 

 

 

 

 

 

 

 설악산이여!
내가 사는 동안
무슨 슬픔이 또 있으리이오.
아픔이 있고, 외로움이 있고
통분할 일이 겹칠 적이면
언제나 사랑의 세례를 받으려
당신만을 찾으리이다.

 

                                            _ 이은상,'설악산' 중에서

 


 

 

[클릭하면 확대 사진...오르는 길에 뒤돌아 본 대피소]

 

 

 

이제 대청봉(1708)이다.우리나라에서 한라산 백록담,지리산 천왕봉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곳.산을 알고나서 산행의 기쁨이 얼마나 큰가를 나에게 가르쳐 준 곳.지금 이 곳에 나는 발을 디뎠다.말할 수 없는 기쁨이 나를 덮는다.그러나 어김없이 온 사방이 안개에 뒤덮여 아래 세상을 볼 수가 없다.한 쪽엔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5년 전 친구들과 오들오들 떨며 늦은 점심을 먹던 곳이다.그 때의 추억이 새롭다.어느 누군가의 글에서 대청봉에 중독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그 지경까지야 이르지 않았지만 나에게 있어서도 대청봉은 특별한 곳이다.

 

 

 

 

 

 

하산을 시작한다.대청봉 바로 밑......얼마 전까지만 해도 군 벙커가 있었다.이 벙커를 철거한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는데 오늘 보니 완전 철거되었다.산 밑으로 내려놓기 위해 잔해들을 묶은 부대자루들이 여럿 있다.하산길은 가파르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곳곳에 계단이 있다.전에 왔을 때보다 계단이 더 많은 듯 싶다.아마 작년에 있었던 홍수 때문에 산행로가 망가졌고, 그 자리에 계단을 더 만든 듯 싶다. 

 

 

 

 

 

 

하산 도중  여러 번 다람쥐와 만났다.청설모가 아닌 다람쥐라는 사실이 즐겁다.그러나 다람쥐가 많은 등산객들 탓인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먹이를 구걸하고 있어 마음이 슬프다.사람을 무서워할 필요야 없지만 먹이 구걸은 슬픈 일이다.

 

 

 

 

 

 

 

다리가 욱신거린다.산행을 시작할 때 내가 생각했던 것이 잘못 된 듯 싶다.한계령에서  대청봉을 거쳐 오색약수로 하산하는 것보다는, 반대 방면으로 산을 타는 것이 더 나을 듯 싶다.이미 오래 걸어 지친 상태에서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니 다리가 불편하다.관절에 무리가 오는 느낌을 받았다.

 

 

 

 

 

 

 안개가 점점 더 짙어진다.결국 가벼운 비까지 내린다.우의를 꺼내 입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나는 조금 더 조금 더 하며 그냥 걸었다.그러나 하산 지점 30여 분을 두고 자켓을 꺼내 입을 수 밖에 없었다.비가 옷을 많이 적셨기 때문이다.언젠가 산행을 제대로 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외부 조건에 따라 배낭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게으른 자다.결국 이 게으름 때문에 산행 후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 

 

 

 

 

 

하산 도중 그제서야 대청봉을 오르는 사람들을 꽤나 많이 만났다.오색 약수로 원점회귀해도 시간이 늦을 듯 싶어 물어보니 봉정암에서 잔다고 했다.얼마나 부러운지.그런데 산행 후 산을 엄청 좋아하는 친구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전해 받았다.고교 동문회 산악부에서 6월에 봉정암 1박하는 산행을 준비 중이라 한다.오색 약수에서 대청봉에 오른 다음, 봉정암에서 하루를 묵고 백담사 방면으로 하산하는 산행을 준비 중이란다.옳거니! 벌써 내 마음은 그 곳에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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