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21(토)
제주도 백패킹 둘째날 아침이다.
해가 뜬 직후 일어났다. 아쉬움.
하늘이 상쾌하다.
텐트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산책한다.
큰 해수욕장이라 화장실과 취사장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여러모로 편리하다.
아침거리가 있기는 했지만 그냥 길을 떠나기로 한다.
사실 아침을 지어 먹을까도 생각했지만, 일어나 보낸 시간이 많다.
현재 시각 9시 30분.
한림선착장을 거쳐 곽지해변으로 향한다.
비양도와 아쉬운 이별을 한다.
원래 계획은 오늘 비양도에 들어가 비양봉에 올랐다 해변가에서 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 확인해 보니,
내일 비가 올 확률이 어제 예보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 그것도 커다란 비다.
오늘 그냥 곽지해변으로 간다.
해변 음식점에서 아침식사를 하긴 싫었다.
유원지를 벗어나자 만난 음식점, 성게미역국으로 첫 끼니를 해결한다.
주인 남자가 무뚝뚝하게 생겼지만 상당히 친절하게 대해 준다.
성게미역국이 이 집의 대표 음식이 아니라서 그런지 맛은 평균 수준이다.
걷다 뒤돌아 보면 그곳엔 비양도가 있다.
한림항을 지난다.
비양도로 가려면 이곳에서 배를 타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고내포구까지가 제주올레 15-b코스이고,
그 중간에 오늘의 목표 지점 곽지해수욕장이 있다.
아름다운 날씨, 햇볕이 강하다.
백패킹 배낭의 무게를 느끼며 고관절 동지를 위해 조심 걷는다.
잊고 있었던 한라산을 바라본다.
남벽의 깎아지른 모습이 선명하다.
비양도가 아쉬움에 손을 놓지 않는다.
어쩌면 다음 제주도 백패킹은 동북권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보지 못할 수도 있는 비양도.
내가 제주올레를 처음 걸은 때는 2009년 3월이다.
당시 신문 한켠에 난 조그만 기사를 읽고 친구와 함께 10여 일 걸은 적이 있다.
사람들이 이 길을 전혀 모르던 시절이고,
제주올레 이사장의 남동생이 도로에 페인트로 표지선을 그리다 우리와 마주치기도 했던 때다.
그 시절 어느날 길을 걷다가 책상 위에 놓인 무 몇 개를 보았고 그 옆에 짧은 글이 있었다.
- 무 하나 깎아 드시고 걸으세요.
그뿐이 아니었다.
제주올레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분이 귤 몇 개를 건네며 격려하던 그 시절의 그 정겨운 추억......
그 추억이 저 정자에서 살아난다.
- 할매요, 이 근처에 식당이 어디 있어요?
- 없어요. 아따 우리가 먹던 이 음식이나 들고 가소.
이렇게 해서 정자 한켠에 앉아 점심을 얻어 먹는다.
제주산 갓과 톳을 반찬으로 하여.
심심해서 놀러 나온 동네 할매들이다.
다 먹고 일어설 때쯤 할매 한 분이 또 나타나셨다. 고구마와 함께.
일어서는데 또 한 분이 나타났다. 과자와 함께.
요즈음 소식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지킬 수 없었던 오늘의 점심.
9년 전 그 따스한 추억이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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