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15(일)
그렇게 멀리만 느껴졌던 굴업도에 다녀온 후,
덕적도 백패킹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통영이나 여수 지방까지 가서 섬 산행을 즐겼는데 왜 인천 앞 섬들은 그냥 지나쳤을까.
오늘은 덕적도로 백패킹을 떠난다. 나홀로.
9시 10분 인천을 출발한 배는 11시경 덕적도에 닿는다.
소야도와 덕적도를 잇는 다리 공사가 한창이다.
부두 앞 식당에서 칼국수로 오늘 첫끼를 먹는다.
손님이 워낙 없어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주인 아줌씨가 화들짝 놀랜다.
덕적도에 백패킹 오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아는데,
오늘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선착장에 선 사람은 나 혼자다.
커피숍에서 한 잔하고 비조봉 들머리로 향한다.
고개 너머에 있는 마을로.
맨 왼쪽 농협 골목으로 들어가 성당 옆을 지난다.
이제 저 산을 넘어 잠자리인 서포리해수욕장으로 내려갈 것이다.
이 섬에서도 기미독립운동이 일어났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났다면 과연 나도
나와 내 가족의 이익을 저버리면서까지 저항할 수 있었을까?
확신할 수 없기에 이런 분들이 더욱 존경스럽다.
진리마을에서 비조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그리 힘들지 않다.
금년 제대로 된 꽃놀이는 덕적도 백패킹에서 하는가 보다.
진달래 개나리가 도열해 손님을 맞는다.
비조봉 정상에 있는 정자에 올라서니 선착장과
다리 공사 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자에는 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산불감시요원 두 사람이 한가로이 봄햇살을 즐기고 있다.
비조봉 정상에서 서포리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직진코스.
운주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코스.
이번 백패킹을 준비하며 코스에 대해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했다.
사실 요즈음 두 달 전부터 개인적으로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가끔씩 고관절이 시큰거릴 때가 있었는데,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아무 탈이 없었다.
그런데 두어 달 전에 생긴 고관절 이상은 보통 이상이어서 병원에 가 보니,
고관절염이 있고, 고관절 연골 상당 부분이 몸을 떠났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후 병원에서의 도수 치료 그리고 헬스장에서 주변 근육 강화 훈련을 지속했다.
이제 어려운 고비는 넘겼으나 예전처럼 도전적인 비박산행은 피해야 한다.
이번 백패킹도 사실은 선착장에서 버스를 타고 바로 서포리해변으로 가 텐트를 세우고,
주변 산책하는 미니멀 캠핑으로 만족하려 했다.
그런데 아침을 먹지 못하고 배를 타,
선착장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는 바람에 버스를 놓쳤다는 핑계로
비조봉을 넘어 해변으로 갈 생각을 한다.
이미 마음 한 구석에 그런 욕망이 숨어 있었으리라.
정상까지 오는 동안 이상이 없었다.
내친김에 운주봉을 거쳐 해변으로 갈 계획을 세운다.
저 멀리 희미하게 일자로 누워 있는 섬, 굴업도.
운주봉에서 잠시 내려와 서포리해변으로 내려간다.
마을로 내려서니 견공들이 맹렬히 환영한다.
뒤는 비조봉능선.
고관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배낭을 놓고 근육 이완하기를 수차례,
들머리에서 해안까지 3시간 30여 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내일 3시 30분 배다. 2시 50분 버스를 타야 한다.
병원에서 알려 준 고관절 주변 근육 이완 운동.
한 쪽 다리는 일자로 펴고, 다른 쪽은 ㄱ자로 꺾은 다음 그 고관절 부분에
저 테니스공을 넣고 살며시 누른다.
상당히 효과가 있다.
상당히 걱정을 하며 비조봉을 넘어 왔는데,
아직까지는 이상이 없다.
배가 덕적도에 닿았을 때에,
백패킹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수십여 명의 무리를 보았다.
그러나 오늘은 이 넓은 바다에 나 혼자다.
닭가슴살숙주나물 요리와 술 한 잔으로 저녁을 대신한다.
가까이서 파도소리가 정겹게 들리고
해송 사이로 부는 바람이 텐트를 살갑게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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