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조카와 함께 이탈리아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베네치아의 미로를 지나다 운명적으로 마주친 문구점 그리고 몬테그라파 만년필.
만지작거리다 그냥 숙소로 돌아왔는데......
다음날 베네치아 주변 섬들을 구경하고 산마르코 광장을 거쳐 숙소로 돌아가던 길,
그 미로 속에서 다시 그 문구점과 마주쳤다.
몬테그라파의 듀칼레 만년필.
내 만년필 리스트에 몬테그라파 출신은 없고,
베네치아에 왔으니 몬테그라파의 듀칼레 만년필만큼 기념이 될만한 것도 없으리라.
베네치아에 그 유명한 듀칼레 궁전이 있다.
바디는 레진으로 만들었는데 색감이나 형태로 볼 때,
이탈리아 제품치고는 잘 빠진 녀석이 아니다.
그러나 그 시골 문구점에선 가장 화려하게 폼을 잡고 있던 녀석이다.
펜촉은 스틸이어서 처음엔 이 방향 저 방향에서 걸리더니,
수십 분 동안 연마를 하고 나니 자유자재로 날아다닌다.
대체로 좋은 만년필은
처음 글을 쓸 때 한 시간 이내에 감동을 준다.
이 만년필은 그런 수준은 아니다.
특별할 것 없는 모습 그리고 쓰기의 편리성이 남다른 것은 아니지만,
이탈리아 여행을 생각하면서 일상에서 쓰기엔 무리가 없다.
국내엔 아직 수입이 되지 않은 만년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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