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일)
오랫만에 휘파람새의 아침인사를 받으며 눈을 떴다.
텐트 문을 여니 맞은편에 붉은색이 마루금 너머에서 올라오고 있다.
다소 흥분해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황홀한 새벽을 맞을 것이란 기대를 한고.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일 것 같았던 기세는 곧 어디로 가고,
안개가 세상을 지배한다.
오늘 오후에 비가 올 것이란 예보가 생각났다.
붉은 기운이 점차 힘을 잃는다.
그래도 좋다.
이 조건에 맞는 풍경은 지구 역사에서 딱 오늘뿐이리라.
그래 즐기자, 오늘의 이 모습을.
시시각각 달라지는 이 산하의 모습을.
반대쪽의 금수산 줄기
안개는 수시로 걷혔다 짙어졌다를 반복했다.
때로는 빠른 속도로 산과 산 사이를 흘러갔고,
때로는 눈에 띄지 않게 계곡과 계곡 사이를 흘러갔다.
오른쪽 상단에 월악산 영봉이, 아래엔 옥순대교 모습이 보인다.
그 둘의 모습도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한다.
아침식사를 하면서도 텐트 밖으로 보이는 월악산 풍광을 즐긴다.
안개의 흐름에 따라 월악산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숨어들었다 나타났다를 반복한다.
행복한 아침이다.
숙영지를 떠나 상천주차장 방향으로 향한다.
어제 걸었던 길보다 거친 곳이 많다.
그러나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
어젯밤 묵었던 곳이 바로 저 암릉 위 데크다.
자세히 보면 상단 오른쪽 끝에 데크가 보인다.
금수산.
원래 계획은 가은산과 금수산을 연결해
2박 3일의 비박산행을 계획했었다.
이 코스로 걸어 내려 가 상천마을에서 물자를 보급한 후 금수산에 오르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늘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포기했다.
여기서 미안하지만 비법정 산행로를 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제 왔던 길로 돌아가야 한다.
어제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근거로 해서 생각해 볼 때,
이곳의 출입금지 표지판은 산행로의 위험 때문이 아니라
약초 보호 그리고 동네 주민들의 수익 보호를 위해 세워진 것들이다.
상천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길 몇 십 미터 전 왼쪽에 있다.
어제 들리지 못했던 새바위가 조그맣게 보인다.
일기예보가 정확히 들어맞을 것이란 느낌이 온다.
점점 하늘이 더 흐려진다.
비를 맞기 전 서둘러 하산을 한다.
옥순대교 쉼터 주차장에 대형 버스들이 없는 것을 보고
추석이 바로 내일모레임을 피부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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