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티넘 개더드 만년필

일본 플래티넘사의 개더드 만년필 #3776.

 작가 우메다 하루다의 건의에 따라

멋스러운 디자인보다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어 만든 만년필이다.

굵기나 전체적인 길이가 아주 편한 사이즈로 오래 사용하여도 피로감이 없고,

캡을 씌우고 쓰나 그냥 벗긴 채 쓰나 모두 사용감이 좋다.

무게 중심이 중앙에서 약간 뒤쪽에 있어 밸런스가 잘 잡히고,

주름 잡힌(개더드) 누에 모양의 본체는

미끄러짐이 없고 밀착감을 높인다.

나사 모양의 본체 때문에 캡을 닫는 것이 스크류 방식일 것이라 추측하기 쉬운데,

사실은 푸쉬 방식으로 딸깍하며 확실하게 닫힌다.

그러나 뚜껑을 열었을 때 잉크 마름이 다른 만년필들보다 빠른 것이 단점이다.

펜촉은 14K으로 F닙이며, 후지산의 선을 그려 넣었고,

 #3776은 후지산의 높이이기도 하다.

이 만년필은 메모용 세필 문구로 구입했다.

동양의 세필 글자 쓰기엔 일본의 3대 만년필이 적격이란 말을 듣고,

파이롯트와 플래티넘 가운데 고민하다 이 녀석을 선택했다.

첫 글자를 쓰는 순간, 원하는 정도의 세필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사용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정작 문제가 된 것은, 글쓰기가 자유롭지 않다는 것.

방향을 전환하거나 휘갈려 쓸 때, 종이를 찝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학창 시절의 만년필이 그러했다.

그래서 길을 들인다며 어설프게 펜을 사포지에 문지르다 망가뜨리곤 했었지.

껄끄럽지만 가능한 많이 써 보면서 보낸 6개월,

그리고 펜 청소를 서너 번,

지금은 편안하게 필기를 할 수 있다.

어쩌면 뽑기운이 나빠 내가 구매한 만년필만 조금 문제가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