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3
일찍 역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식당으로 나왔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매니저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숙소에서 식사를 마친 후 오토바이 택시를 불렀다.
핀우린 역까지 2천 짯.
택시가 오기 전까지 매니저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진다.
- 한국 어디서 살아?
- 서울
- 난 말야. 한국 드라마 보면서 한국 음식에 관심이 많아졌어. 그런데 네 고향은 어디야?
- 아마 너 모를걸. 춘천이야.
-알아. 드라마에서 보았어.
기절 직전까지 간다.
7시 50분 핀우린 역
창구에서 기웃거리니 저 친구가 들어오란다.
아마 역장인 듯 싶다.
국적과 이름을 적고 표를 샀다.
일반칸과 고급칸으로 나뉘어 있다.
고급칸, 2750짯.
시뽀로 가는 기차가 8시 20분경 들어온다.
이 열차가 딱 그때쯤 들어왔다.
현지인들은 가만히 있는데 외국 관광객들만 우르르 몰려간다.
역무원이 와서 타지 말라고 말린다.
이 객차는 반대편에서 온 것이고, 우리 열차는 조금 늦는단다.
그리고 다시 기다림
8시 50분 출발
정해진 시각보다 거의 30분이나 늦어서 열차가 들어왔다.
객차로 올라서는 순간, 아차차!
왼쪽 좌석에 앉아서 가라고 했는데......그걸 말하지 않았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외국인은 모두 왼쪽 자리를 주었다.
만달레이와 라시오를 오가는 열차, 하루에 딱 한 번만 다닌다.
미얀마 북부 산악지역을 18시간 동서로 달리는 완행열차.
가끔씩 역에 서면 이런 저런 상황들이 펼쳐진다.
어느 역에 서자 이들이 객실 창가로 다가왔다.
- 어디서 왔니?
- 한국.
또 옆 창으로 간다.
_ 어디서 왔니?
- 덴마크.
그들이 할 수 있는 영어가 그것뿐일 수도 있고 그들의 유일한 관심이 객차 손님 국적일 수도 있다.
잠시 후 기차는 떠나고 그들도 등을 보인다.
이 첩첩산중 시골에 사는 그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길일 수도 있다.
이날 기차가 달리는 동안 짙은 안개가 깔렸고,
때로는 비가 내렸다.
때로는 정차하는 시간이 긴 역도 있었다.
12시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면서 왼쪽 창가로 모여든다.
곡테익 철교. 높이 102, 길이 689.
1900년 개통한 철교로 미국 펜실바니아의 킨주나 철교 다음으로 높은 철교다.
낡아 위험해서인가? 철교를 즐기라고 하는 것인가?
열차는 속도를 급격히 줄이더니 기어서 간다.
오른쪽에도 절경이 펼쳐졌는지 사람들 시선이 몰린다.
철교 아래의 깊은 계곡
열차는 다시 들판을 달린다.
냐웅펑 역에 도착하니 라시오에서 출발한 열차가 대기하고 있다.
몇몇 외국인은 재빠르게 내려 그 열차를 타고 되돌아간다.
멀리서 싣고 온 땔감을 내리며 아들이 아버지에게 비키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을 도우려 땔감을 옮긴다.
4시 25분 시뽀 역
비가 꽤 내린다. 숙소로 갈 걱정이 태산이다.
화물칸에 너희들이 있었구나......
시뽀 역 바로 전에 두 명의 처자들이 객차에 올라타 객실 예약하지 않은 관광객들에게
자신의 숙소를 선전한다.
- 난 Tai House Resort에 예약했어?
- 너 한국인?
- 응.
뭔가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쳐다 본다.
여기 와서 느낀 것이지만, 한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다.
특히 젊은 처자들 관심이 제일 크다.
역에 내렸을 때 그들은 열차에서 꼬드긴 관광객들을 데리고 가다,
어느 젊은이에게 소리친다.
- 저기 한국인 있어. 너희 손님!
그 젊은이 손에 내 이름이 적힌 웰컴 피켓이 들려 있다.
그가 안내하는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들은 내게 어떤 교통수단으로 몇 시에 올 것인지 알려주면 픽업을 하겠다고 메일을 보냈다.
내 대답이 없자 그들은 철도청에 연락,
내 탑승을 확인하고 마중을 나온 것이다.
감동의 물결.
4시 50분 Tai House Resort
숙소에 도착하니 직원 10여 명이 2열로 서서 환영의 인사를 한다.
부담 백배.
배정 받은 방은 방갈로. 내부는 상당히 깨끗하다.
여행 시작할 때부터 좀 머리 아픈 일이 발생했다.
큰 그림을 그릴 때 모레 라시오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냥쉐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여행 시작 며칠 전 자세히 계획을 짤 때 살펴보니
모레 라시오에서 뜨는 냥쉐 행 비행기가 없다! 다음날이나 전날은 있는데.
여행 스케쥴 자체를 변경해야만 했다.
이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나가는 방법들을 물었더니,
숙소 주인이 위와 같이 적어준다.
하루이틀 연구하기로.
시뽀는 작은 산골마을이다.
숙소에서 2분 여 걸어 시내 로터리에 있는 한 식당에 들어갔다.
카레 전문 식당으로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이렇게 해서 2박 3일의 산골 생활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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