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3.15(토)
제왕산 정상 출발(8:10)_ 대관령옛길 합류(9:50)_ 대관령박물관(11:20)
엄청난 아니 공포의 바람이었다.
사방팔방 돌풍이 불어 간혹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나기도 했고,
바람에 휩쓸려 온 눈가루가 텐트 위에 떨어져 사각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했다.
모진 바람에 나무들이 비명을 질렀고,
바위에 부딪힌 바람은 짐승 울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어김없이 두 시간마다 바람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그러나 다행이었다.
정상석이 있는 곳은 조금 높고, 그 바로 앞 내가 누운 곳은 조금 들어간 자리다.
그 자리만 바람이 피해갔다.
텐트 있는 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폴대도 없는 상태인데 다른 곳에서 잤더라면 어떤 상황을 맞았을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그렇게 긴 밤이 지나고 새날이 왔다.
바람에 놀란 듯 해도 제대로 얼굴을 못 내민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서둘러 내려가기로 한다.
선식, 양갱, 에너지 바 그리고 커피.
제왕산 철수 작전.
몸을 간신히 겨누며 짐을 꾸린다.
아직도 바람이 분다.
오늘은 토요일, 틀림없이 산행객이 많을 것이다.
정상석 앞에 텐트를 펼쳐 놓고 있으면 커다란 실례.......서둘러 하산한다.
그러기를 정말 잘했다. 출발한지 5분만에 올라오는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이후 여러 명의 산행객을 만나고.......
굿바이 선자령
하이 오봉산
이런 추측을 한다.
대관령에서 오르는 사람들은 주로 타지 사람들.
보통 선자령이나 능경봉을 오르기 때문에, 제왕산 길은 가끔 사라진다.
어제 내가 그런 길을 걸었다.
강릉 사람들은 보통 박물관에 차를 세우고 제왕산에 오른다.
그래서 이 길은 늘 열려 있을 것이다.
오늘 하산하는 길이 또렷했고 올라오는 사람들도 많이 마주쳤다.
여기서 대관령옛길과 합류한다.
왼쪽은 주막터와 반정을 거쳐 선자령으로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은 대관령박물관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대관령은 아직 겨울이다.
그래도 봄은 벼락같이 오고 있다.
설원에 눕는 비박산행은 다음주쯤 끝나려나?
대관령 박물관과 뒤에 흰눈 뒤집어 쓴 선자령.
택시를 불러 강릉터미널로 향한다(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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