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3.8(토)
텐트 안으로 햇살이 들어온다. 아차차!
눈을 뜨고 텐트 문을 여니 해가 동쪽 하늘 위로 막 솟았다.
해가 뜨기 직전의 하늘이 가장 아름다운 법,
아쉬운 마음으로 텐트 주위를 돌며 세상 구경을 한다.
해 뜨기 전 정상에 올라갔던 자유새님,
구름 때문에 특별한 것이 없었다고 전하니 그나마 아쉬움이 조금은 덜하다.
정상은 비박지에서 20여 분 거리에 있다.
정상에 올라서니 축구장만한 넓이의 대초원 위에 설국이 펼쳐지고,
동서남북 거칠 것 없는 조망으로 백두대간 그리고 우리의 산하가 펼쳐진다.
콧잔등 시려운 바람을 맞으며 연신 감탄을 하다
막상 하산을 하려니 걱정이다.
길을 찾지 못하면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갈 생각도 했지만,
그럭저럭 길을 더듬어 하산을 한다.
중간에 한번 난감한 상황을 맞이했었지만.
축복 받은 산행의 마무리도 축복인가.
무뤂까지 빠지는 눈길을 세 시간 이상 걸어 삼양목장 차도에 이르니 진이 빠진다.
마침 촬영차 온 '태양은 가득히' 팀의 차량이 아래까지 태워다 주겠다 한다.
작년 새해 첫날,
지리산 바래봉 아래서 환상적인 밤을 보내며,
앞으로 이보다 더 아름다운 겨울 비박산행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1년이 조금 지난 오늘, 그 생각이 바뀌게 된다.
텐트 문을 열고 본 세상의 첫 모습
정상
아름다운 자연과 구차한 현실
택배로 받자마자 다음날 들고 나온 힐레베르그 악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너 텐트 안에 결로가 가득해 실망한다.
펙을 눈밭에 고정하기가 힘들어 바깥 텐트를 팽팽하게 당기지 않은 탓인가?
그리고 몇 가지 마음에 들지 않은 점들을 발견했는데,
차후 더 경험해 보며 검증해 볼 일이다.
어젯밤 텐트을 이곳에 세울까도 생각해 보았다.
만일 그리 했더라면 엄청난 고생을 했을 것이다.
밤새 정상 부위에서 부는 바람 울음소리가 정말 요란했다.
반면 우리들의 보금자리는 편안했는데,
가끔씩 부는 바람도 텐트가 눈 깊이 들어앉아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어젯밤 보다는 약하지만, 우리가 올라 선 오늘 아침도,
바람은 소황병산 고원지대와 능선을 빠르게 내달려
풍력발전기의 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이곳이 원래부터 목초지는 아니었다.
단백자원을 젖소에게서 얻기 위해 인위적으로 작업을 했다.
삼양목장 쉼터, 이곳에서 택시를 불러 횡계터미널로 향한다(1만 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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