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6(토)
백담사(11:10)_ 영시암, 점심(12:25-1:00)_ 오세암(2:40-3:15)_ 마등령삼거리(5:00)
설악산 비박산행에 나섰다.
용대리에서 백담사로 가는 버스 승차장의 지긋지긋한 줄서기.
춘천 친구가 일찍 와 미리 표를 확보한 탓에 도착 즉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백담사
수렴동계곡.
소금강이라 불리우는 설악산은 몇몇 이름이 금강산에서 따온 경우가 있는데
이 계곡 이름 역시 그러한 것 가운데 하나다.
산 아래는 아직 단풍이 많지 않았지만, 가끔 성질 급한 놈들도 나타났다.
영시암
원래는 용대리에서 김밥을 준비하려 했다. 그러나 눈에 띄던 딱 한 집이 문을 굳게 걸어잠궜다.
빵 두 봉지를 사면서 영시암 절밥을 생각했는데, 절국시가 나왔다.
국수사리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
예전에 이곳을 지나칠 땐 공양시간이 아니어서 몰랐는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은덕을 입고 있었다.
봉정암과 오세암 갈림길. 대부분의 산행객이 봉정암 방면으로 향한다.
우리는 오세암.
이번 비박산행 장비는 간절기용들로 준비했다. 알트라65가 빡빡하다.
봉정암 가는 길, 큰 고개를 두 번 넘지만 완만하고 편안한 길이다.
그 옛날 금강산에서 수도한 승려들이 중생교화를 위해 한양을 갈 때는 반드시 오세암에 들렸다 한다.
숱한 수도승들이 오르내렸을 이 길. 바람에 휘날리는 승포자락과 어울리는 길이다.
지금은 오세암을 찾는 불신자들과 공룡능선을 찾는 산행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오세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하였으며 당시 이름은 관음암.
조선 인조 때 중건되면서, 4세 동자승과 관음보살의 신통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오세암이란 이름으로 바꾸었다.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 설화가 아니라(만일 내가 불신자였다면 그 이야기에 커다란 감동을 받았겠지만)
도대체 신라 시절에 이런 곳을 찾아 어떻게 암자를 지었냐는 극히 속된 것이다.
이런 놀라움은 우리나라 산 속 곳곳에서 마주친다.
오세암이란 이름만큼이나 정겹고 아늑한 곳.
몇 해 전 서울에 거주하는 고교 동기들 다섯이서 이곳에 하루 머물고 공룡을 넘은 적이 있다.
사실 그때 난 막 비박산행에 맛을 들이고 있을 적이라 마등령 비박을 주장했지만
장비를 갖추지 못한 친구들 때문에 하루 오세암에 머물렀다.
그날 우리들은 운 좋게도 별채를 얻어 우리끼리 포근하게 잤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번 산행 다음날 공룡능선에서 만난 분들은 법당에서 칼잠을 주무셨다고 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식수를 보충했다. 끈질기게 기다리며 받아야 한다.
불경을 읊조리며 한 방울 두 방울 받는 것이 어울리는 샘터.
나무는 이제 알고 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했던 것을 버려야 할 시간이 다가온 것을.
그리고 그것을 화려하게 불태우고 있다.
오세암에서 마등령으로 오르는 길,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단풍 절정기가 다음주라는 뉴스가 있었지만 이곳엔 벌써 단풍이 화려한 꿈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날씨가 하수상하다. 내륙쪽에 안개가 짙게 드리웠다.
결국 그들은 우리의 발걸음을 곧 따라잡았다.
역시 단풍은 바위와 어우러져야 제맛이다.
마등령까지는 앞으로 2,30여 분......그런데 갑자기 안개가 자욱하다. 아까 그 안개가 우리를 따라잡았다.
5m 이상 앞을 볼 수가 없다. 게다가 간간히 는개비가 내린다.
덜컥 겁이 난다. 마등령에서 과연 비박을 무사히 할 수 있을까?
오늘 준비한 텐트는 블랙다이아몬드의 하이라이트, 완전방수가 되질 않는다.
그래도 긍정의 마음은 이 환경을 즐기고 있었다.
바다세상과 내륙세상이 넘나드는 곳, 이런 풍광 정도는 있어야 제맛이지.
마등령삼거리
벌써 20여 명이 자리를 잡고 있다. 서둘러 자리를 살펴 보았다.
마침내 한켠에 자리를 잡고
뒤는 포항에서 오셨다는 두 분의 텐트.
오색에서 출발해 공룡능선을 넘어오셨다고 한다. 대단하다.
이번 비박산행을 함께 한 부리바의 붉은색 랩 텐트
다음날 아침에 확인을 하니 바깥 기온 2도, 텐트 안 8도.
발포 매트리스 대신 갖고 간 뉴에어 올 시즌 매트리스......아직은 발포로도 괜찮을 듯.
뭐 무게야 비슷하지만, 에어 매트는 안에 넣고 발포는 밖에 묶을 수 있어 패킹에 차이가 있다.
침낭은 울트라라미나 15, 포근하게 잤다. 영하 3,4도까진 버틸 수 있을 듯하다.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늑하다.
걱정했던 바람도 없고, 비도 내리지 않는다.
공룡 옆에서 잠이 들었다. 간밤에 공룡은 울지 않았다.
'산과 길 > 비박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남알프스 천황재 비박산행 1일 (0) | 2012.10.26 |
---|---|
설악산, 백담사_ 공룡능선_ 천불동계곡 비박산행 2일 (0) | 2012.10.17 |
고대산 비박산행 2일 (0) | 2012.10.01 |
고대산 비박산행 1일 (0) | 2012.09.28 |
용봉산 비박산행 2일 (0) | 2012.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