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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길/비박산행

고대산 비박산행 2일

 

 

2012.9.23(일)

 

 

비박지 출발(9:10)_ 군부대 밑(9:25)_ 표범폭포(10:30)_ 하산 완료(11:28)_ 신탄리역(11:42)

 

 

 

 

 

밖에서 떠드는 소리에 눈을 떴다.

좀더 침낭 안에서 포근히 누워 있으려 했으나 풍광이 너무 좋다는 소리에 침낭 지퍼를 열고 나왔다.

텐트 안으로 쏟아지는 아침해의 붉은 기운에 정신이 확 들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풍경이 산 아래 세상 전체에 펼쳐지고 있었다.

온 세상이 떠오르는 태양의 붉은 기운을 품은 운해로 흘러 넘치고 있었다.

 

 

 

 

 

 

 

 

 

 

 

 

 

 

 

 

 

 

 

 

 

 

 

 

 

 

 

 

 

 

 

 

 

산과 산,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말 그대로 구름이 바다가 되어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구름바다 위에 해가 채색을 하고.......

 

 

 

 

 

 

 

 

 

오래오래 내 생애에서 기억될 자연의 모습들이 이 순간 내 앞에 펼쳐졌다.

평범한 것을 비범한 것처럼 눈속임하여 사진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이런 광경은 결코 그 모습 그대로조차도 찍을 수가 없다.

내 마음에 남긴 것이 이날 아침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동서남북 한 바퀴 돌아 다시 그 자리에 서면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왓고,

같은 자리에 서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주 작은 시간에도 그 모습이 달라졌다.

 

 

 

 

 

 

 

 

 

 

 

 

 

 

 

 

 

동서남북 모든 산하가 구름모자를 쓰고 구름목도리를 하였다.

고대산에 유난히 많은 까마귀들은 휴전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과 북을 오간다.

지금 이 순간 휴전선도 구름바다 물결에 사라지고 남과 북이 하나의 풍광이 되어 어우러진다.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

었던가.

 

 

모든 流血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휴식인가 야위어가는 이야기뿐인가.

 

 

언제 한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같이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

번 겪으라는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

길은 이뿐인가.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_ 박봉우, 휴전선

 

 

 

 

 

 

 

 

 

 

 

 

 

 

 

 

 

나중에 말을 들으니, 조금 더 일찍 일어났더라면 더욱 기막힌 장면들을 볼 수 있었단다.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내가 본 장면만으로도 만족했다.

 

 

 

 

 

 

 

 

 

 

 

 

 

 

 

 

 

 

 

 

 

 

 

 

 

 

 

 

 

 

 

 

 

 

 

 

 

 

 

 

 

한숨 돌리고 텐트 안으로 들어와 커피 한 잔 그리고 아침 식사

 

 

 

 

 

 

 

 

 

 

 

 

 

 

 

 

 

어젯밤 새벽 3시 경 잠시 눈을 떴다. 텐트 안 온도계를 보니 8도.

이번에 갖고 간 몽벨의 울트라 라이트 슈퍼 스파이럴 다운허거 #3.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0도 이상에선 쾌적 보온, 영하 10도까지는 수면 가능하다고 하는데

조금 쌀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침을 먹고 텐트 밖으로 나왔다.

이젠 늘 보던 풍경과 점점 닮아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 감동을 받을 그림이었다.

 

 

 

 

 

 

 

 

 

 

 

 

 

 

 

 

 

 

 

 

 

 

 

 

 

 

 

 

 

 

 

 

 

텐트 안에 누워 이런 모습을 보며 하루 종일 시간을 죽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벌써 부지런한 산행객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제는 자리를 피해 주어야 할 시간.

 

 

 

 

 

 

 

 

 

 

 

 

 

 

 

 

 

비박지를 떠나기 전 아쉬움에 한 바퀴 더 돌아본다.

 

 

 

 

 

 

 

 

 

헬기장에 텐트를 쳤던 팀은 먼저 내려가고

 

 

 

 

 

 

 

 

 

 

이제는 하산이다.

 

 

 

 

 

 

 

 

 

운해가 걷히고 철원평야의 황금 벌판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궁예의 꿈과 한이 서려 있는 곳.

그 주위의 철의 삼각지대와 가 볼 수 없는 북녘 산하는 아직도 운해가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

 

 

 

 

 

 

 

 

 

 

 

 

 

 

 

 

 

고대산을 오를 때 계속 오름질을 해야 했는데,

내려갈 때는 쉬지 않고 계속 내림질이다.

계곡을 만나면 폭포가 곧 나타날 것을 예고해 준다.

 

 

 

 

 

 

 

 

 

표범폭포

 

 

 

 

 

 

 

 

 

 

 

 

 

 

 

 

 

 

 

 

 

 

 

 

 

_ 저것이 표범바위에요?

폭포 앞에서 쉬고 있는데, 지나가던 산행객이 폭포 옆 봉우리를 가리키며 묻는다.

_ (저것이 표범바위인가?)

 

 

 

 

 

 

 

 

 

 

 

 

 

 

 

 

 

 

 

 

 

 

 

 

 

 

 

 

 

 

 

 

 

 

 

 

 

 

 

 

 

 

 

 

 

 

 

 

 

 

 

 

 

 

 

 

 

신탄리역

 

 

 

 

 

 

 

 

 

 

 

 

 

 

 

 

 

고대산에 갈 때는 동두천역을 이용했지만, 집으로 돌아올 땐 소요산역이 대신했다.

소요산역 광장 오른쪽에 있는 한우공판장 부설 식당, 선지해장국이 싱싱한 맛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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