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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터키

터키여행 4일(1), 걸어서 사프란볼루로 그리고 숙소 메흐베쉬 하늠 코나으

 

 

 

2012.6.4(월)

 

 

 

 

 

 

오전 5시 50분, 사프란볼루 오토갈 도착(카라뷔크)

 

 

사프란볼루 행 버스가 도착하는 오토갈은 카라뷔크에 있다.

이곳에 도착해 세르비스를 타고 크란쾨이까지 간다.

세르비스는 오토뷔스를 운행하는 버스 회사에서

오토갈 주변 이외의 곳으로 가려는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 버스.

 

 

 

 

 

 

 

 

 

세르비스.

함께 타고 온 사람들 대부분은 이미 뿔뿔히 흩어졌고,

손님 예닐곱 명 정도만 태우고 출발한다.

 

 

 

 

 

 

 

오전 6시 10분, 크란쾨이 도착

 

 

세르비스가 우리를 내려준 곳은 버스 대행사 대여섯 곳이 몰려 있는

크란쾨이의 어느 지역.

내리자마자 메트로 사무실로 데려가 다음 행선지를 묻는다.

앙카라로 갈 것인지, 앙카라를 거쳐 카파도키아까지 갈 것인지를.

터키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곳에서 카파도키아로 가는데, 그곳으로 직접 가는 버스는 없다.

 

 

한국인 두 처자는 내일 하루 앙카라에서 머물 예정이고, 나는 하루 종일 앙카라 관광 후 야간 버스를 탈 작정.

우리는 모두 앙카라 행만 예약.

버스 시간표를 보니 8시 40분 표가 있고, 뒤에 것은 너무 늦다.

8시 40분? 너무 이른 느낌이 있어 고민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실제 오토갈 출발은 9시고, 이곳에서 세르비스 타는 시각이 8시 40분!

 

 

 

 

 

 

 

오전 6시 20분, 크란쾨이 출발

 

 

이제 차르시 마을까지 또 가야 한다.

사실 사프란볼루 하면 이 크란쾨이도 포함된다.

그러나 관광지로서의 사프란볼루는 구시가지인 차르시만을 지칭한다.

방법은 두 가지, 돌무쉬(마을버스)와 숙소의 픽업.

한국인 처자 둘이 묵기로 한 칼라 파토을루 코낙 호텔은 픽업이 가능해

사무실 직원이 전화를 걸어 주었다.

그러나 내가 예약한 곳은 픽업을 안 해준다. 게다가 돌무쉬 첫차는 아직 없다.

걸어서 차르시 마을까지 가기로 했다. 아니 서울을 떠날 때 이미 작정했던 사항이다.

 

 

버스회사 사무실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에서 나와 왼쪽에 보면 큰 사거리가 있다.

그곳에서 왼쪽으로 난 큰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된다.

이른 아침 빵을 나르는 젊은이에게 다시 한번 길을 확인하고 계속 걸었다.

구수한 빵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사프란볼루로 가는 길,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았다.

바라보는 눈도 행복했고, 걷는 발도 즐거웠다.

이날 이 순간 이 거리를 걷는 사람은 나 혼자밖에 없었다.

그러나 마을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뒤에서 또 혼자 걸어오는 남자가 있었다.

아마 다른 회사 버스를 타고 온 모양이다.

동양인이다. 참 이런 경우 애매하다. 영어로 말을 걸어? 우리말로 걸어?

그 남자 내 옆을 스쳐지나갈 때 손에 든 책을 보니 중국인이다. 토이기.......

 

 

 

 

 

 

 

 

 

 

 

 

 

 

 

 

 

차르시 마을, 우리가 흔히 사프란볼루라 부르는 곳(현지인 발음에 가깝게 하면 샤프란볼루).

예전에 이 지역에서 사프란 꽃이 많이 자라 사프란볼루라 부르게 되었다.

오스만 제국 시절, 실크로드의 주요 통과지점이었던 곳. 그러나 실크로드의 쇠락과 함께 잊혀지던 곳.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오스만 시절의 전통가옥과 골목길을 보고자,

그리고 그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포근한 마음씨를 지닌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역시 마음의 여유가 있는 탓인가?

7시가 다 되었는데도 사람들의 흔적을 볼 수 없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만이 정답일 순 없다.

 

 

 

 

 

 

 

 

 

 

 

 

 

 

 

 

 

 

 

 

 

 

 

 

 

 

 

 

 

 

 

 

 

 

 

 

 

 

 

 

 

 

 

 

 

 

 

 

 

 

 

 

 

 

 

 

 

차르시 마을의 메이단(광장).

뒤에 보이는 주황색 건물이 터키의 전통식 목욕탕인 진지 하맘.

 

 

 

 

 

 

 

 

 

내가 미리 예약하고 간 숙소는 메흐베쉬 하늠 코나으.

메이단 앞에 있는 택시 기사 대기실,

그곳에서 물으니 메이단 오른쪽 골목으로 올라가라 한다.

 

 

 

 

 

 

 

 

오전 7시 20분, 숙소 도착

 

 

빨간 작은 간판 내걸린 곳이 바로 내가 묵을 곳,

메흐베쉬 하늠 코나으(Mehves Hanim Konagi).

사실 영문 표기가 정확하지 않다. 터키어에서 볼 수 있는 기호 몇 개가 위아래로 빠졌다.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문이 굳게 잠겨져 있고 안이 조용하다.

초인종을 찾아 보았으나 없다. 사진에 나오는 종을 몇 번 울렸다. 그러나 대답이 없다.

마침 현지인이 골목을 내려오고 있어 도움을 청했더니(주인을 어떻게 부를 수 있나),

영어를 모르는 이 친구, 윗사진에 나오는 차량을 가리키며 이 집 주인차라는 뜻의 몸짓만 하고 사라진다.

 

 

 

 

 

 

 

 

 

식당에 가서 먼저 아침을 먹고 올까  고민하고 있는데, 문이 열린다.

_ 예약하고 왔다.

_ 아, 한국인?

_ 그렇다.

조금은 놀랐다. 이 집 안주인, 영어를 전혀 못한다는 정보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내되어 들어간 방,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며 행복한 모습을 과격하게 표현했다.

안주인이 만족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마음은 행복해도 배가 고프다.

_ 아침 식사를 하지 못했는데, 먹을 수 있나?

_ 있다. 그러나 추가로 15리라를 더 내야 한다.

_ 당연한 말이다.

_ 8시까지 준비하겠다.

 

 

 

 

 

 

 

 

 

2층 거실

 

 

 

 

 

 

 

 

 

잠자는 방과 떨어져 있다.

 

 

 

 

 

 

 

 

 

방 안에서 복도를 내다 본 모습

 

 

 

 

 

 

 

 

 

 

 

 

 

 

 

 

오전 8시 20분, 아침 식사

 

 

아침 식사를 위해 식탁에 앉아선 더 놀랐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모든 재료는 신선했고, 정갈했다. 그리고 정성까지 더해졌다.

타지에 와서 이런 아침을 먹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터키여행 중 아침식사가 가장 훌륭했던 집.

 

 

부킹 닷컴에서 예약할 때 숙박비를 40유로에 했다.

그러나 체크 아웃할 때 리라화로 하자니까 80으로 정산한다.

아하! 두 배로 치면 되는구나 생각했는데,

이후 다른 곳에선 이처럼 후하게 쳐 주는 집이 없었다. 대부분 2.2-3이었다.

 

 

 

 

 

 

 

 

 

 

 

 

 

 

 

 

 

 

식당 옆에 있던 휴식 공간.

이 집은 상업적인 숙소라기보다 고급 민박집같은 느낌을 주었다.

안주인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여자 한 분이 일을 돕고 있었다.

나는 그만 착각해 모녀 관계인 줄 알고 말실수를 하고 말았다.

 알고 보니 친구 사이!

이 안주인의 친구는 영어를 상당히 잘하고 컴퓨터도 잘 다루었다.

 

 

내가 하루 묵는 동안 투숙객은 나 혼자였다.

나의 행동을 주시하면서(?) 항상 비상대기하고 있다가 필요하면 어디선가 나타났다.

사실 이런 상황이 불편할 수도 있건만, 둘은 전혀 그런 압박감을 내게 주지 않으면서도 편안하게 해 주었다.

한국인은 아주아주 뜨문뜨문 온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사프란볼루의 숙소는 바스톤주와 칼라 파토을루 코낙 호텔.

그러나 바스톤주는 이미 평점이 내려갈 데까지 내려갔다.

칼라는 아직도 인기가 있는 곳으로,

주인이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인을 환대하여 한국인들이 많이 투숙하기 때문에

편하게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그 편리함 뒤에 잃는 것도 있다.

 여행이 유적이나 자연만을 구경하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간 그 낯선 곳의 사람들과 부대끼고 그들의 문화를 향수할 때 진정으로 여행이 완성된다.

한국인이 많이 몰려드는 곳에 가게 되면, 결국 우리끼리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낯선 사람 낯선 문화와 다양하게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마당은 넓직하고 그 한켠에 이런 쉼터도 있다.

물론 나 혼자 독차지.

사프란볼루가 워낙 작은 마을이라 하루 종일 들락날락하면서 이곳에 앉아 쉬었다.

그리고 저녁엔 혼자 앉아 맥주도 마시고.

 

 

 

 

 

 

 

 

 

2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집

 

 

 

 

 

 

 

 

 

 

쉼터에 앉아 앞으로의 여행 계획을 점검해 보기도 하고,

이스탄불에서 있었던 일들을 기록도 하고.......

 

 

 

 

 

 

 

 

 

방 안에서 잠그는 자물쇠다. 정겹지 않은가? 그리고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 않은가?

 

 

 

 

 

 

 

 

 

trip adviser나 booking.com에서 보면 이 숙소에 대한 투숙객들의 평가가 상당히 좋다.

사프란볼루 내의 숙소 가운데 최고 평점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날 나 혼자 투숙한 것은 불가사의다.

터키 오스만 시절의 분위기를 원초적으로 느끼고 싶어 사프란볼루에 왔다면

숙박을 강력히 권고하고 싶은 숙소다.

편안하고,평화롭고,역사가 깃들어 있고,친절한 곳(상업적이 아닌 진심에서 나오는).

그리고 아침 식사가 감동을 주는 집.

그러나 친구들 여럿이 와서 떠들고 재미있게 놀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여행 안내서들에 이집 홈피 주소가 나와 있지 않다.

체크 아웃할 때 명함을 받았다.

트립 어드바이저나 부킹 닷컴을 통해 예약할 수도 있지만 직접하는 것이 유리하다.

 

 

www.mehveshanimkonagi.com.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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