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6.3(일)
오후 6시 25분, 숙소를 나섬
숙소인 야카모즈에서 배낭을 찾은 다음 공원으로 나왔다.
10여 일 있으면 중부 및 서부의 터키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런데도 아쉽다.
예전 카트만두의 여행자 거리 타멜에서 전통 악기를 팔던 사람과 몇 번씩 부닥치며 정이 들었었는데,
여기선 이들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쳐서 눈빛으로 인사를 나누던 친구들.
지방을 돌고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왔을 때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여행자는 한 곳이 익숙해지면 숙명처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아쉬움에 술탄아흐메트 공원에 앉아 쉬고 있는데,
삐끼들이 몰려든다.
큰 배낭을 멘 행색을 보고 이제 막 이스탄불에 도착한 여행객으로 착각한 듯.
오후 7시, 술탄아흐메트 역 출발
오후 7시 30분, 제이틴부르노 역
사프란볼루에 가기 위해선 오토갈(버스 터미널)로 가야 한다.
터키여행 안내서에선 트램역 악사라이에서 내려 메트로로 갈아탄 다음, 오토갈 역에서 내리라고 한다.
그러나 악사라이의 트램 역과 메트로 역의 거리가 좀 되고, 쉽게 찾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제이틴부르노 역을 택했다.
조금 돌기는 하지만 이곳은 트램 역 바로 옆에 메트로 역이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이곳은 보통 이스탄불 여행에서 제외되어 있는 곳이다. 뭐 가이드 북에 나와 있는 곳만 돌아다니란 법이 있나.
그리고 배낭여행의 좋은점이 무엇인가?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내가 원하는 곳 마음대로 갈 수 있지 않은가?
잠시 내려 저녁 식사도 하고 제이틴부르노 동네를 구경할 참이다.
오토뷔스 승차 시각까지는 네 시간이나 남았다.
역에서 내리면 좌우로 길이 나뉜다.
한쪽엔 상당히 긴 육교가 있고 그 너머에 큰 건물들이 보인다.
다른 곳은 짧은 거리에 위처럼 쇼핑 몰이 있다.
저녁도 먹어야 했기에 쇼핑 몰 있는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가 보니 버거 킹만 있고 저 건물 주위 어디에도 식당이 없다.
게다가 사람들이 살 것 같은 동네도 한참 멀리 떨어져 있다.
방향을 다시 잡아 육교 건너편 동네로 향했다.
역시 이곳은 관광지가 아니라 그런지 낯선 동양인의 출현에 사람들이 자꾸만 쳐다 본다.
이때 그녀가 나타났다. 자그맣고 까무잡잡한 피부의 여자다.
_ (그녀) 니 하오!
_ (나) .......
_ 영어 할 줄 알아?
_ 응
_ $%^&^%$#$%^
사진첩을 꺼낸다. 술집 그리고 여자들 사진이다.
길고 긴 육교를 건너 와 동네 입구, 첫 음식점에 들어가 식사 주문.
그 유명한 되네르 케밥, 이 집 무척 맛있게 먹었다.
술탄아흐메트 지역에서 먹은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내가 종을 치다.
처음으로 차이를 얻어 먹다.
터키여행을 하며 너무나 많이 듣던 말,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순이다.
뭐 인구에 따라 터키여행하는 사람들 숫자도 결정될 터이니까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 집 주인은 중국인, 일본인까지만 하다가 멈추었다.
_ 도대체 너는 어디서 왔어?
_ 한국
이 집 주인에게 한국은 생소한 나라였다. 그는 계속 일본과 동경 이야기를 한다. 나는 시큰둥.
그런데 주인이 들어가 종업원들에게 한국 어쩌구 저쩌구 하자 종업원들 모두 나와서 힐끗 쳐다본다.
역시 이곳은 구시가지 쪽과는 전혀 분위기가 다르다. 한국에 대해 잘 몰랐다.
주인장, 차이 한 잔 주고는 묻는다.
_ 맛이 어때?
_ 굿! (얻어먹는 주제에 당연한 대답)
_ 베리 굿!
본인 스스로 베리 굿 하며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굿만 외친 내가 실례를 한 건가 아니면 손님보다 스스로 더 높게 평가한 그 친구가 황당한 것인가?
오후 8시 35분, 메트로 탑승
지금 와 생각하면 이 지역을 좀 더 돌아보았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토뷔스를 처음 타 보는 날이라 조금은 부담감이 있었다.
오후 8시 45분, 오토갈 도착
오토갈이 엄청 크긴 크다. 그리고 좀 복잡하다.
일단 여기서 터키의 고속버스 체계를 들여다 보자.
우리나라처럼 행선지에 따라 매표소와 탑승구가 있는 것이 아니다. 버스 회사마다 각자의 상품이 있다.
위에 보이는 것들이 모두 버스 회사 사무실이다. 저런 사무실이 셀 수 없이 많다.
각 회사마다 여러 상품을 갖고 있어서
내가 가고 싶은 곳, 원하는 시간에 버스가 있는지 알려면 사무실마다 들어가 알아보아야 한다.
가장 큰 회사인 메트로는 상품이 가장 많아 내가 원하는 표를 구매할 가능성이 가장 많다.
그러나 큰만큼 덜 매력적이다
행여 내가 들어간 사무실에 목적하는 표가 없을 경우, 그 시간과 행선지에 맞는 다른 회사를 소개해 주기도 한다.
나는 이미 어제 구시가지의 여행 대행사에서 메트로 회사 표를 구입했다.
내가 이제 확인할 것은 탑승구.
이 오토갈은 중앙에 상가가 있고 좌우에 길게 늘어선 사무실 건물이 있는데,
탑승구가 한쪽은 1~100, 다른쪽은 101~200이다.
내 탑승구는 50번! 탑승구를 확인한 후 중앙 상가로 갔다.
버스가 밤새도록 오고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지 않아
불야성을 이룬다.
오후 9시, 피씨방
물론 한글 지원도 되지 않고, 영어 자판도 터키어에 맞추어 놓아 힘들게 접속하다.
이번 터키여행을 하며 시간을 때우기 위해 피씨방을 두 번 이용했다.
오른쪽 아래에 사용 시간을 체크하는 프로그램이 보인다.
원래 한 시간 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는 4,50분? 그랬더니 시간 계산을 해 청구한다.
차이 한 잔 또 사 마시며.......
시간이 다 되어 탑승구로 갔다가 사무실 안에 있던 한국인 여성 둘 발견!
오늘 대한항공으로 도착해 바로 이곳에 왔단다. 같은 버스를 타고 사프란볼루로 간다.
15일 대한항공 같은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우연!
터키는 상당히 넓은 나라이며 각 지방을 연결하는 고속버스 체계가 잘 발달되어 있다.
직행 버스를 '오토뷔스'라 부르는 것으로 알고 갔는데, '빅 버스'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 버스에는 안내군도 탑승해, 승객들에게 간단한 음료나 과자를 나누어 주기도 하고,
가끔씩 중간 기착점에 다다르면 그곳에서 내려야 할 승객들을 안내해 준다.
내가 타고 간 버스의 안내군이 저 끝에 있다.
안내군에 따라 어떤 이는 영어를 잘 하기도 하고, 전혀 못하기도 한다.
그래도 여행하는 데는 불편이 없다.
먹을 것을 들고 오는 때가 몇 번 있는데 그냥 내가 먹고 싶은 것 집어 들면 된다.
비행기 내부같은 시설. 얼른 mp3를 USB 충전했다.
좌석은 4열로 되어 있는데, 앞뒤 좌석 공간은 비행기 이코노미 좌석 수준이다.
잠을 자면서 장시간 이동하는데 무리가 없다.
그런데 회사마다 조금씩 버스 내부 구조가 다르다.
여행을 다 끝내고 내가 내린 결론, 뭐 노선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메트로는 버스가 낡았다. 의자가 딱딱하다. 서비스는 평균이다.
출발할 때 빈 자리가 많아 내 옆자리도 비었었다.
그러나 중간 몇 곳에 들려 사람을 태우니 좌석이 꽉 찬다.
밤 11시 30분, 버스 출발
사프란볼루까지는 6시간의 거리다.
이상하게도 이 시각 사프란볼루로 넘어가는 터키여행객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 현지인.
새벽 3시 30분, 휴게소
버스는 두세 시간 또는 서너 시간마다 휴게소에 들린다.
우리와 다른 점은 정차 시간이 길다는 것, 대략 30분이다.
정차한 동안에 세차까지 한다.
물론 휴게소는 문이 열려 있고 화장실은 돈을 내고 들어간다.
오토뷔스를 처음 타 보았던 이날, 버스가 언제 출발할 지 몰라 그 근처에서 서성였다.
정차 시간 또는 출발 시각을 영어로 말하지 않고 현지어로 말한다.
담배를 엄청나게 피워대는 터키인들, 그 덕에 실업자 몇몇은 톡톡히 구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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