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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시

새는 너를 눈뜨게 하고 // 천양희

 

 

 

 

2012년 9월 고대산에서

 

 

 

 

 

 

이른 새벽

도도새가 올고 바람에 가지들이 휘어진다

새가 울었을 뿐인데 숲이 다 흔들 한다

알을 깨고 한 세계가 터지려나보다

너는 알지 몰라

태어나려는 자는 무엇을 펼쳐서 한 세계를 받는다는 것

두근거리는 두려움이 너의 세계라는 것

생각해야 되겠지

일과 일에 거침이 없다면 모퉁이도 없겠지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는 일이라고

저 나무들도 잎잎이 나부낀다

어제는 내가 나무의 말을 들었지

사람은 나뭇잎과도 같은 것

잎새 한자리도 안 잊어버리려고

감미로운 숲의 무관심을 향해 새들은 우는 거지

알겠지 지금

무엇이 너를 눈뜨게 하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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