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설악산 공룡능선에서
신의 악보는
딱히 오선은 아니어서
더더구나 직선만은 아니어서
저 넌출넌출 산 능선과
그 사이로 굽이굽이 사라져
보이지도 않은 강줄기가 그것이리라
세상의 모든 길과
사람 사는 동네로 휘어드는
몇 가닥 전선줄도 악보 아니랴
무리져 날아오르는 새는 그의 음표일러니
또 새들만이랴
그 아래 식솔들 데리고 땅을 일구는 사람만큼
또 높은 음표 어디 있으랴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
올망졸망 능선의 무덤들
숲 속 벌레 한 마리까지 음표였구나
저 천리 밖 숲가에
나무 가지 하나만 부러져도
이 음악은 화음이 틀어지기도 해서
삶과 죽음의 자세가 우주보다 어렵다
신마저도 지울 수 없는 이 엄연
그러니
보이는 것만이 음악이랴
고요만큼 장엄한 연주가 다시없느니
어찌
들리는 것만이 음악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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