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8.12(금)
영등포역 출발(22:45)_ 구례구역 도착(3:18)_ 성삼재 휴계소(4:00)_ 노고단 대피소(5:00-6:55)_ 노고단
고개(7:11)_ 돼지령(8:52)_ 피아골삼거리(9:37)_ 임걸령(9:50)_ 노루목(11:05)_ 삼각봉(11:44)_ 화개재(
12:20)_ 비박지(12:30)
오래 전부터 비박동호회원들과 지리산 비박산행을 계획했다.그러나 이 기간에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듣고
무척 망설여졌다.산행 중 비를 만나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비가 올 것이 뻔한 날 떠나는 것은 별로 마
음에 내키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이미 이 기간에 휴가를 내 준비한 사람들 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
었다. 결국 떠났고, 비를 흠뻑 맞았지만 나름의 추억은 안고 돌아왔다.
원래 기차에서는 잠을 자지 못하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오늘은 한 30분 정도 눈을 붙였다. 역 앞에서 6
인승 밴을 타고 성삼재휴게소까지 오르다(30분 정도 소요. 1인당 1만원).
남들은 지리산에서 비를 자주 만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몇 번의 지리산행에서 비를 만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지리산에서 처음 비를 만나니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노고단대피소 식당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산행객으로 꽉 찼다.
여기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비가 잠시 주춤할 때 길을 떠나다.
노고단대피소
노고단고개.
이 고개에 서면 반야봉이 보이고, 장쾌한 지리산의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와야 한다.
그러나 오늘은 비가 오고 안개가 짙게 깔려 볼 수 없다.
지리산은 지금 야생화 천국이다.
시야 확보가 어려워 조망을 할 수 없으니, 이제는 모든 것을 잊고 길가의 야생화에 관심을 가졌다.
산행로 양쪽 주위로 등산화와 눈을 맞춘 야생화들이 줄에 줄을 잇는다.
비로 인해 우리는 죽을 맛이지만 야생화들은 살 맛 났다.
예전에 멧돼지들의 놀이터였던가?
태풍과 장마로 길이 유실되었는지
피아골로 내려가는 코스가 통제되고 있다.
지리산은 지금 몇몇 산행로가 막혀 있는데, 이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기 위해선
산행 출발 전 공단 홈페이지를 찾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노고단에서 임걸령까지는 3.2km. 참나무숲으로 이루어진 평탄한 산행로다.
조선 선조 시절 지리산 일대를 무대로 움직인 산적 임걸년,
그가 노고단고개에서 화살을 쏜 후 말을 타고 달리니 말이 먼저 도착했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수월한 길이다.
임걸년과 그 부하들이 물을 마시기 위해 발을 디뎠을 그곳에서
나도 딛고 물을 마신다.
우리나라 산 곳곳에는 이처럼 시간을 뛰어넘어 그 옛날 누군가와 연결해 주는 곳이 많다.
그런 곳을 디딜 때마다 묘한 감정을 갖게 된다.
노루목, 주능선에서 벗어나 반야봉으로 갈 수 있는 길목이다.
떠날 때, 반야봉을 거치기로 했으나, 시야가 별로다.
반야봉을 찾아갈 이유가 없어졌다. 그냥 지나치다.
삼도봉, 전남북과 경남의 경계 지점.
화개재, 주능선상에서 가장 낮은 지대다.
화개장터와 반대 방면의 산내 운봉 지역의 특산물이 넘나들던 곳.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벤치가 있다.
날씨가 좋다면 늘어지게 누워 휴식도 취할 수 있지만, 비가 계속 내리다 그치기를 계속한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을 즈음엔 비가 어느 정도 멈추었다.
점심을 먹을 장소로 내려가다.
점심을 먹으며 몇 잔의 술을 넘기니, 잠이 밀려 온다.
모두 어젯밤 잠을 자지 못한 상태다. 잠시 눈을 붙이고 길을 계속 걸을 요량이었다.
그러나 다시 눈을 뜨니 6시가 넘었다. 그냥 이곳에 머물기로 한다.
주변을 산책하고 만찬을 즐긴다.
하늘엔 별이 떴고, 땅엔 야생화가 피었고, 계곡에선 물소리가 들린다.
부러울 것 없는 풍족감 속에서 지리산의 첫밤을 보내다.
산의 고요함은 태곳적 같고
해는 길어 짧은 일 년 같구나
남아 있는 꽃들은 오히려 취기가 돌고
귀여운 새들은 잠을 방해하지 않는다
세상살이 힘들어 사립문을 항상 걸어 두고
돗자리 깔아 놓고 세월 가는 대로 편히 지낸다
꿈결에 떠오른 몇 개의 시구는
붓을 잡으면 또다시 사라져 버린다
_ 당경(송나라 시인), 술에 취해 잠들다.

회원님 페이지도 홍보하기
'산과 길 > 비박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덕풍계곡 백패킹 (0) | 2011.08.24 |
---|---|
지리산 비박산행 2일 (0) | 2011.08.19 |
검단산 백패킹 (0) | 2011.08.06 |
도성고개_ 강씨봉_ 논남기계곡 비박산행 2일 (0) | 2011.08.02 |
도성고개_ 강씨봉_ 논남기계곡 비박산행 1일 (0) | 2011.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