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7(월)
삿갓재대피소 출발(10:00)_ 무룡산(11:07)_ 동엽령, 점심(1:00-2:00)_ 송계삼거리(3:00)_중봉(3:33)
_향적봉(4:05)_ 설천봉(4:20)
뜨거운 밤이었다. 펄펄 끊는 온돌방에서 잠을 푹 잤다. 내복만을 입고 자야 했는데 그렇지 않아 한밤
중에 잠시 눈을 뜨기도 했다. 느긋하게 자고 일어나니 일부 사람들은 이미 출발을 했고, 우리는 매우
늦은 편에 속했다. 혼자 서울에서 온 70대 할머니를 보았다. 어제 곤돌라가 밀려,두 시간만에 타고,2
시에 설천봉을 출발해 저녁 8시 경 대피소에 도착했단다. 대단하다. 아마 젊은 시절 친구들과 전국의
산들을 오가며 즐겼으리라. 이제 친구들의 발은 무뎌졌지만 이분은 아직도 덕유산의 설경을 잊지 못
해 이렇게 온 듯 하다.
아침 식사 후, 시원하게 똥을 쌌다. 여행 중 또는 산행 중 쾌변을 본다는 것은 적어도 내게 있어, 그 일
정의 만족도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그만큼 이 대피소가 편햇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어제보다 더 단단한 복장을 차려입고 산행에 나섰다. 칼바람이 여전하다.동엽령까지 이르는 동안에 만
난 산행객은 맞은 편에서 오던 단 세 사람이다. 어떤 곳은 바람에 쓸려 산행로를 눈이 지워버렸다.그러
나 둘레둘레 보면 저만치 발자국이 보인다. 깊은 곳은 허벅지까지 눈이 들어온다. 매서운 바람과의 맞
서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어떤 곳은 바람 하나 불지 않아 차라리 봄날의 양지 같은 곳도 있었다.
동엽령에 이르니 당일 산행 온 사람들 몇을 볼 수 있었다. 다행히 그곳엔 바람이 잦다. 점심을 먹고, 중
봉으로 향한다. 오늘 산행 중 가장 거센 바람과 맞섰던 코스다. 종주 산행을 향적봉에서 시작하면 계속
내리막길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반대편을 출발점으로 삼으면 계속 오름이다. 눈길을 걷느라 체력이 어
느 정도 소진된 상태에서 강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오르려니 힘이든다. 중봉을 넘어 향적봉으로 향한다.
이제부턴 천국이다. 바람도 없고, 덕유산 종주의 종착점도 머지 않았음이라.
향적봉에 이르니 연인 사이인 듯한 두 남녀만 보일 뿐이다. 설천봉 곤돌라에 도착할 즈음.직원들이 서두
르라고 재촉한다. 마지막 곤돌라란다.곤돌라를 타고 내려와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 사실 이번 종주 계획
을 세우며 서울에서 무주리조트까지 직접 가는 버스편을 알아보았다. 스키 시즌엔 분명 특화된 버스가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 정보를 얻지 못했다. www.buspia.co.kr. 서울에서 6시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
단다. 아마 내년에 또 덕유산 종주를 한다면 그 버스를 이용하리라.
아침 식사를 마치고, 대피소 앞으로 잠시 나왔다. 어제보다 춥지 않은 듯 싶어 온도계를 보니 영하 17도다. 이날 산행 중 온도는 영하 13도 정도였고, 바람은 7,8 어제처럼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를 밑돌았다.
무룡산 정상
어제와는 좀 다른 복장을 했다. 어제는 두꺼운 장갑 하나를 끼었으나 오늘은 얇은 장갑 하나에 벙어리 장갑을 덧 끼었다. 모자는 동계용 고어텍스 모자 대신 최근 구입한 달레 오브 노르웨이의 울 비니를 썼다. 윈드 스토퍼와 울로 만든 이 모자도 이 혹한에는 견디지 못했다. 해서 메리노 울로 만든 버프를 머리 뒤와 귀까지 덮어 쓰고 나서야 어느 정도 한기를 막았다. 그리고 고글도 썼는데, 눈 부위의 한기를 막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덕유산 종주 코스 가운데 이정표들은 잘 정비되어 있다. 따라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그리고 가끔 가파른 외길을 지나기는 하지만, 아주 짧은 거리이고, 위험한 암릉 지대도 없다.
동엽령 직전이다. 오른쪽에 데크가 보인다. 이번 산행에는 비박 장비인 엠에스알의 리액터와 동계용 가스인 xk를 지참했다. 상당히 유용했다. 일반 가스와 버너는 무용지물이었다. 단 번거로웠던 것은 라면 딱 하나만을 끓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친구들이 큰 포트를 사라고 조른다. 돈 나갈 일 또 생겼다.
중봉과 향적봉 방향을 바라보다.
송계삼거리
중봉에서 바라본 주능선, 저 길을 걸어 오다. 중봉의 바람은 말 그대로 미친듯 했다. 잠시 쉴 수도 없다.
이 근처에서 덕유산 종주를 처음 해 본다는 대학생을 만났다. 덕유산 설경에 넋이 나가 있었고, 감탄을
연발한다.
향적봉 방향
향적봉으로 향하는 길엔 바람이 없고 멋진 나무들이 도열하고 있다.
저 나무들 위에 눈꽃이 핀 모습을 본 적이 많다. 그러나 오늘은 이미 오후인 탓에 눈꽃은 사라지고 없다.
향적봉 대피소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 덕유산 종주는 육십령이나 영각사에서 향적봉으로 향하는 방법과, 향적봉에서 앞의 두 지역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전자는 아래서부터 올라 점점 고도를 높여 정상인 향적봉에서 맺음을 하는 것이고, 후자는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코스다. 전자는 다소 힘이 들지만 마지막에 정상을 밟기에 성취감이 있고, 후자는 맨먼저 정상에 오른다는 단점이 있지만, 광대한 주능선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걷는 즐거움과 쉬움이 있다.
설천봉. 곤돌라를 타고 내리는 곳. 일출 사진을 찍으려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마지막 곤돌라를 타고 온 사람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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