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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시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을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 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서울 시청 앞에서,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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