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나들목에서 잠시 쉰 후, 잠실 방면으로 계속 걸었다. 비가 조금 멈추는 듯 싶더니, 잠실 종합 운동장 근처에 이르자 다시 강한 비를 뿌린다. 게다가 바람까지 심하다. 날도 어두워져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린 시절, 장마철이 되면 아버님과 함께 집 근처의 소양강으로 물구경을 하러 가곤 했다. 누런 물결따라 어떤 때는 초가집도 쓸려 오고, 떠내려가는 돼지가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이미 나는 불보다 물이 무섭다는 것을 두 눈으로 배우며 자랐다.
물고기 한 마리가 배를 보이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순간, 자신의 몸을 뒤으며 팔딱거린다. 그리고는 힘이 빠졌는지 또 배를 보이며 누워 있다. 아마도 이 녀석의 임종을 본 유일한 사람이 나일 것 같다.
오른쪽에 잠실 종합운동장의 모습이 보인다.
탄천의 강남 자동차면허 시험장에 이르자 물힘에 의해 내팽겨진 표지판이 이곳저곳에 널려 있었다.
ㅁ
맨날 빽빽하던 주차장이 오늘은 한가하다.
양재천 입구. 왼쪽으로 가면 성남 방향이다.
그 맑던 양재천의 물이 오늘은 흐릿하다.
많은 사람들이 걷던 양재천도 오늘은 조용하다.
양재천을 따라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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