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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길/산행

설악산, 봉정암_ 구곡담계곡_ 수렴동계곡_ 백담사

 

* 산행일 * 2007.6.17(일)

 

* 산행 코스 * 봉정암(5:10)_ 수렴동대피소, 아침식사(7:40_ 8:20)_ 영시암(8:45)_백�산장(9:57)_ 백담사(10:05)

 

* 산행 시간 * 4시간 55분

 

 

차가운 바람에 눈을 떴다.덮고 있던 이불을 옆 사람이 끌어가는 바람에 한기를 느낀 탓이었다.시계를 보니 2시 50분.열린 방문 사이로 싱그러운 산공기가 파도처럼 밀려온다.더 이상 잠이 오질 않았다.3시...목탁 소리가 새벽 공기를 뚫고 퍼져나간다.새벽 예불을 알리는 소리다.잠에서 깬  사람들이 반 이상이다.좀더 뒤척이다 석탑이 있는 곳으로 갔다.새벽 공기를 마신 후 다시 들어왔다. 아침 식사 시간인 여섯 시까지 기다리기가 지루하다.

 

 

 

 

5시가 조금 안 된 시각...한 시간 후에 있을 배식을 위해 줄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그 엄청난 수의 등산객과 참배객이 한꺼번에 하산하면 제대로 계곡을 즐기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결국 결단을 내렸다.아침을 먹지 않고  먼저 산을 내려가기로 했다.중간에 대피소에서 식사를 해결하면 될 것이다.몇몇 사람과 어울려 먼저 하산을 시작했다.

 

 

 

 

 

 

구곡담계곡이다.용아장성과 서북능선 사이의 계곡이다.오른쪽으로 용아장성의 험한 바위들이 쭈빗쭈빗 그 모습을 드러낸다.능선의 바위 머리에 황금 빛 또는 붉은 빛 월계관을 쓰고 있었다.빛이 아직은 정상 부위에만 내려앉아 있었다.빛의 축복을 받은 산머리들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그러나 iso 400이 최대치인 내 디카로는 그 모습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작년에 설악산은 엄청난 홍수 피해를 입었는데,그 당시 망가진 등산로들이 아직도 반 이상 복구되지 않고 있었다.]

 

 

 

 

 

 

 

 

 

 

 

 

구곡담계곡은 약 6km의 거리로, 흘러내린 물이 9개의 담(潭)에 고였다가 다시 굽이쳐 흘러내린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백악의 바위와 쪽빛 물색이 몸서리칠 정도로 잘 어우러져 있다.설악산에서 천불동계곡과 함께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불리우는 곳이다.

 

 

 

 

 

 

 

 

 

 

 

 

 

 

 [완전히 망가진 다리를 대신해 임시 나무다리도 놓여져 있다.]

 

 

 

 

햇살이 점점 산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내려가는 나와는 달리 올라오는 사람들도 꽤 많이 만났다.아래 백담사에서 이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을 '봉정암 가는 길'이라고 부른다.많은 불자들이 이 아름다운 계곡을 거쳐 부처님을 만나러 간다.

 

 

 

 

 설악산길을 걸으며  젊은 남녀가 함께 어울려 걷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내가 젊은 시절 산행의 기쁨을  알았었더라면,나 역시 저렇게 걷고 있었거늘......내 젊은 날의 앨범에 산행의 추억이 없는 것이 무척 아쉽다.그래도 이제나마 산이 주는 행복을 알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구곡담계곡이 끝나는 지점에 수렴동대피소가 있다.백담사에서 오르는 것을 가정한다면 수렴동계곡이 끝나는 지점이다.여기서 나는 아침을 라면으로 때웠다.오르는 사람들과 일찍 서둘러 하산하는 사람들로 붐빈다.이 대피소를 지나면 조그만 다리가 나온다.다리 오른쪽이 가야동계곡이고 왼쪽은 구곡담계곡이다.이 다리를 중심으로 두 물줄기가 만난다.그래서 수렴동계곡이다.

 

 

 

 

수렴동계곡은 구곡담계곡과 분위기가 좀 다르다.구곡담계곡은 담과 소가 아름답고,주변의 산봉우리들도 빼어나다.그러나 이 계곡은 구곡담계곡보다 그 아름다움이 떨어지고 주변 산봉우리의 힘도 훨씬 약하다.게다가 구곡담계곡은 계곡 바로 옆으로 등산로가 나 있지만, 이 코스는 일정 거리를 두고 산행하다 다시 계곡을 만나곤 한다.그래도 다른 산에 있었다면 떠 받들어졌을 텐데......설악산에 있다 보니.......

 

 

 

 

 

 

[아침 햇살이 역광으로 비치면서 숲이 싱그러웠다.아침 산행은 빛과 어두움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너스로 얻을 수 있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중국 황산에 관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다.산행로를 만드는데 자연을 가능한 파손하지 않고 길을 트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하산 도중 계곡 곳곳에서 산행로 보수 작업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는데, 상당히 자연 친화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백담산장]

 

 

산행 종착지인 백담사에 도착했다.이런 저런 이유로 널리 알려진 곳.신흥사의 말사로 진덕여왕 때 자장이 창건한 사찰이다.그 당시 이 절은 한계령 한계리에 있었고 절 이름도 '한계사'였다.그러나 그 후 일곱 번에 걸친 화재로 다시 중건하면서 자리를 옮기고 옮기다 이 곳에 세워진 것은 1775년이다.그 사찰도 육이오 때 소실돼 1957년에 재건한 사찰이 바로 오늘날의 백담사다.

 

 

 [만해 한용운 흉상]

 

백담사 사찰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여기서 셔틀 버스를 타고  8km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용대리 통제소까지 간다.매우 험하고 좁은 길인데 셔틀 버스들이 계속 오가고 있어서 그냥 걷기에는 위험하다.오색에서 시작했던 1박의 설악산행......꿈같은 산행이었다.

 

 

굽이져 흰 띠 두른 능선길 따라
  달빛에 걸어가던 계곡의 여운을 
  내 어이 잊으리요 꿈같은 산행을
   잘 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저 멀리 능선 위에 철쭉꽃 필 적에
   너와 나 다정하게 손잡고 걷던 길
  내 어이 잊으리오 꿈같은 산행을
   잘 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이정훈 작사 작곡, 설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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