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필 벗 삼아 삼천리는
파버카스텔 9000과 함께 시작되었다.
연필 족보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좋은 연필의 기준이 되는 녀석이다.
원래 금고 제작업자였던 독일의 카스파 파버는
1761년 뉘른베르크 외곽의 작은 마을 슈타인에서 연필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사업은 대를 이어 계속되었고,
1905년 세계 최초의 6각 연필인 파버카스텔 9000을 발표한다.
이 녀석의 길이 18센티미터는 오늘날 연필의 국제적 표준 규격이기도 하다.
연필을 쥐는 순간, 코끝으로 기분 좋은 나무향이 퍼져왔고,
글을 쓰니 그 단단함이 손끝에 전해졌다.
우리 어릴 적 연필들은 흑연이 물러서 얼마나 잘 부러졌던가!
또한 흑연 가루 하나 없이 백지 위에서 백조처럼 춤을 추니,
손날이 시꺼멓게 변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각사각 종이 위에서 걸어가는 것이,
정장 입은 신사의 구둣소리여라.
독일제 그리고 깨알같은 홈피 선전.
녹색의 수성페인트 칠.
어라? 그런데 심경도 HB가 생각보다 너무 흐리다.
내가 어릴 적 너무 진한 연필을 썼나?
그래도 어릴 적 버릇이 있어 이 연필 HB는 못 쓰겠더라.
B와 2B를 써 보니 그 둘 중간에 내 어릴 적 답이 있더라.
결국 나는 파버카스텔 9000의 B를 내 문방사우의 가장 가까운 벗으로 삼게 된다.
(찬조 출연: 펠로우즈 마우스 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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