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방태산 어두원곡에서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던 곳
그 쪽으로 죽음의 방향을 정하고야
꽉 움켜잡았던 흙을 놓는다.
새들도 마지막엔 지상으로 내려온다.
죽을 줄 아는 새들은 땅으로 내려온다.
새처럼 죽기 위하여 내려온다.
허공에 떴던 삶을 다 데리고 내려온다.
종종거리다가
입술을 대고 싶은 마지막 땅을 찾는다.
죽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서 있다.
아름다운 듯 서 있다.
무방향으로 눈을 뜨고
몸을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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