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8.15(토)
연가리골 입구(4:10)- 비박지(6:45)
비박 배낭을 꾸려 방태산 방향으로 향한다.
이번 비박산행은 후배 두 명과 함께 한다.
3일의 연휴 기간 중 둘째날인 오늘은 차량이 덜 밀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서울을 벗어나는 길이 무척 힘들었다.
힘들었지만 어쨌든 연가리골 입구에 도착한다.
당연히 아침가리골 부근을 지나왔는데,
그곳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지만 이웃한 이곳은 적막감이 감돈다.
우리가 막 산행을 시작하려 할 때,
산행을 마치고 내려온 10여 명 그리고 계곡 입구 민박촌에서 본 대여섯 명,
그게 오늘 우리가 이 골짜기에서 본 사람들 전부다.
우리나라 오지를 이야기할 때마다 등장하는 3둔4가리.
연가리골은 그 가운데 하나로,
옛날 이 골짜기에서 연초 재배를 한 사실이 있어 연가리골이란 이름이 붙었다 한다.
맑은 공기, 청아한 물소리 모든 것이 좋다.
그러나 종종 나타나는 나무들의 거친 저항이
습도 높은 오늘의 산행을 더욱 지치게 만든다.
거친 환경의 이곳에 오랜 전 50여 가구가 거주했다고 하는데
고달픈 그들의 삶을 생각하면 가슴이 찡하다.
뭐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스스로 행복했을 수도 있다. 행복은 남이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알탕의 유혹을 몇 번씩이나 느꼈지만,
출발 시각이 늦어 그냥 걸어가며 가끔씩 상의를 벗어 물에 적시곤 했다.
계곡 산행이지만,
마지막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땀으로 온몸이 샤워를 한다.
때로는 몸을 구부려 진행해야 했는데,
비박 배낭을 메고 그 짓을 하려니 에너지 소비가 말이 아니다.
오늘 예정했던 곳에 도착했다.
다른 팀이 선점했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날이 벌써 어두워지고 있어 텐트를 서둘러 세운다.
앞마당 냇가.
계곡을 거슬러 올라올 때는 비박지에 도착하면 풍덩 빠져보겠다 마음먹었는데
막상 이곳에 도착하니 땀은 식어 숨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한기가 올라와 전율한다.
물 몇 방울 몸에 뿌리고
수건 닦기로 대신한다.
낭랑한 물소리를 들으며
오점 하나 없는 공기를 피부로 느끼는 여름밤만큼 행복한 순간은 없다.
오늘밤이 그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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