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8.2(토)
시원하게 잠이 들었으나 한기를 느껴 잠에서 깨기를 두세 번,
새벽에 깊은 잠 들었다 눈을 떠 시계를 보니 8시 30분이다.
서둘러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하는데,
새벽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한마디씩 하며 부러워한다.
그들 대부분도 아래 계곡에서 야영을 하는 사람들이다.
어젯밤 신나게 놀았던 워터 파크
10시 45분 비박지 출발
날씨가 무덥고 오늘 걸어야 할 길이 긴 것을 고려하여 좀더 일찍 출발했어야 했다.
어쨌든 길을 떠난다.
배낭을 꾸리고 있을 때 가족 한 팀이 지나가며
폭포 밑에서 곰 한 마리 시체를 보았다고 말한다.
난 처음에 그것이 농담인 줄 알고 맞받아쳤다.
_ 이 산에 곰 두 마리가 있는데 한 마리는 어젯밤 내가 잡아먹었으니 나머지 녀석 시체인가 보죠?
그런데 상대방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실제 시체를 보았다 하는데 다른 사람은 큰 오소리일 것으로 추정한다.
어제 폭포에 갔을 때 바위를 돌아 폭포 하단 바로 밑지점까지 가지 않았는데,
그곳에 있는 모양이다.
어제 안 보길 잘했지 만일 보았더라면 이곳에서 자는 것이 꺼림직했을 것이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태양이 작렬하고 있다.
산에 다니다 보면 뱀을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금년에는 이상하게도 마주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오늘 이 길을 걷다가 길 한복판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녀석과 맞닥뜨렸다.
스틱과 발걸음으로 진동하는 소리를 듣고 줄행랑을 놓는다.
그들에게 우리는 맘모스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1차 목적지 회목고개까지 가는 동안 너덧 번 물길을 건넌다.
회목고개 직전의 헬기장
12시 10분-30분 회목고개
헥헥 1시간 30분 정도를 걸었는데 벌써 온몸이 땀으로 쩔었다.
한여름에 임도를 걷는다는 것은 상당한 인내를 필요로 한다.
이곳 회목고개에서는 선택지가 많다.
잠시 머뭇거리다 원래 계획대로 칼봉산으로 향한다.
1시 23분 칼봉산 정상
2시 5분-35분 갈림길
경반분교와 용추계곡 갈림길
서울은 오늘 세 시부터 비가 오고, 연인산은 자정부터 온다고 했는데,
살짝 빗방울이 머리를 적신다.
마음이 다급해진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칼봉'이란 이름값을 하느라
때로는 칼날등을 걷기도 하고, 칼날같은 비탈길을 내려가기도 한다.
3시 45분 용추계곡
그리고 만나게 되는 용추계곡, 살맛나는 세상이다.
고생 끝에 낙이란 말이 딱 이 경우에 어울린다.
아래로 내려가면 피서객들로 득실거리지만, 이곳은 사람이 거의 없다.
물에 텀벙 들어가 열로 피곤해진 몸을 적신다.
천국의 맛이 따로 없고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비박산행을 즐기는 나의 생활 습관,
게다가 한여름에도 마다 하지 않고 떠난 비박산행에의 보상을 톡톡히 받는 느낌이다.
온몸을 계곡물에 맡기고 스르르 눈을 감아도 본다.
5시 20분 연인산 도립공원 지킴터
칼봉산에서 내려와 만난 용추계곡 지점에서부터 이곳까지는 6km가 넘는다.
아름다운 계곡길의 연속이지만,
시멘트 임도를 따라 내려와야 하고, 북적이는 피서객 차량을 피해 걸어야 하기 때문에 피곤하다.
도립공원 공무원들이 차량에서 내려 와 피서객들을 통제하고 있는 사진.
이 지킴터 앞에 조그만 매점이 하나 있다.
잣막걸리에 김치 안주로 땀을 식히며 어제 타고 온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하니,
도저히 이곳까지 올 수 없다며 걸어 내려오다 만나자고 한다.
좁은 길에 들어오고 나가는 차량들로 북적이니 노선 버스도 들어오지 못한다.
결국 터벅터벅 내려오다 그를 만난다.
가평축협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니 하늘이 붉게 물드고 있다.
경반계곡과 용추계곡을 잇는 비박산행_
두 계곡 모두 멋진 곳이지만 접근하고 철수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그 상큼함이 반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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