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 물양주 산꼬리표 엉겅퀴
오리밥풀 배미추 금강초롱 궁궁이
어디에서 모여 왔는지
산길따라 바람따라 자리를 채우며
둥 둥 둥 봉화 올리던 곳,
미륵을 기다려 천배 만배 올리던 산마루에
애기앉은부처로 살아나고
당신의 아픔을 삭이며
자식들을 품에 안으시던 어머니처럼,
곰배령 길은 마를 새 없이
샘솟는 물소리로 우릴 적시고
산들꽃 속으로 들어갈수록 하늘은 열려
새 한마리 날아갔다 날아오지만
구름이 지나간 설악 너머로, 바람도 산길도 멈춘 채
발걸음은 멈추어 이지러진다
북도 남도 모두 사라진 곳,
남으로 들어온 바람꽃들처럼,
북으로 일어난 모데미풀들처럼,
가슴과 가슴으로,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고 싶다.
풀꽃향내 가득한 산능선에서
뭉글이 돋아나는 함성 함성 함성
2014년 8월 태풍 할롱의 영향으로 비바람 몰아치던 곰배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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