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8.3-4(토일요일)
오랫만에 나홀로 백패킹에 나선다.
장맛비가 오락가락해서 찾아갈 곳이 적당하지 않다.
결국 상천역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호명산을 선택하다.
경춘선 전철을 타고 오는 동안 날씨가 무척 좋았다.
그러나 역에 내렸을 땐 보슬비가 내렸고
역을 떠나 몇 발자국 옮기니 장대비가 쏟아진다.
주막집에 들어가 비를 피하다가 잠시 주춤한 사이에 내달린다.
비가 그치고 숲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머물 곳에 이를 즈음 해가 다시 난다.
무척 상쾌해진 숲속.
비가 간간히 뒤풀이를 하고 있지만 텐트를 치는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사이트 바로 앞에 있는 계곡, 비가 와서 그런지 물소리가 더욱 요란하다.
금년에는 여름 계곡 산행을 많이 하겠다고 벼르며 아쿠아 슈즈까지 구입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 계획은 날아가게 생겼다.
오늘 산행만도 그렇다.
원래는 몇 사람과 함께 덕풍계곡에 3박4일의 일정으로 비박산행을 떠나려 했다.
그러나 회사일이 꼬이면서 주말만 빼꼼히 시간이 났다.
언제 비가 왔느냐고 묻는 듯한 청명한 하늘
지금까지 사용하던 유니프레임의 알루미늄 코펠을 버리고 티타늄 코펠 구입.
종이 호일을 이용해 밥짓기.
그러나 화력과 물 조절 실패로 처음부터 상흔을 남기다.
이걸 어떻게 한담?
여럿이 다닐 때는 이런저런 실험을 할 수 없었는데 오늘은 혼자다.
또 다른 실험.
표고버섯 숙회, 맹물에 데치기도 하고
쇠고기산들애 끓인 물에 데쳐 보기도 했다.
결론은 맹물에 데친 후 약간 물기를 짜내고 먹는 것이 내 입에 가장 맞다.
초고추장에.......쫄깃쫄깃함이 안주로 딱이다.
다섯 개를 준비해 왔는데 남아 돈다. 나 혼자라면 세 개 정도가 딱이다.
역시 혼자 오니 자유롭고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이런저런 인생사 생각하다 잠이 들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어젯밤 잠시 비가 온다고 했다.
그래서 현관문 반을 잠그고 잤는데, 비는 오지 않았다.
일단 눈은 6시경 떴다. 그리고 계속 선잠을 자다 9시경 일어났다.
그 사이 매미 소리가 온 산을 뒤덮었고 비 온 다음날의 햇살이 산 너머에서 비쳐왔다.
이런 숲에서, 나는 전율한다.
일어나자마자 앞 냇가로 나가 물놀이
아침식사는 콩나물+ 어젯밤 표고버섯 밑둥+ 나가사끼홍짬뽕, 합격!
사실 이 라면은 지난 청계산 백패킹 때 처음 사서 들고갔는데 그만 다른 사람한테 빼앗겨
오늘에서야 첫 맛을 본다.
다시 냇가로 나가 발을 담그고 몸을 담그고.......
텐트에서 이곳 냇가로 두어 시간 소풍 나온 기분으로 늘어지다.
아예 웃도리를 벗어 물에 담궜다 꺼내 입었다.
철수를 준비하는 동안 청명했던 하늘에서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마치 가지말라고 잡기라도 하는 듯이.
그러나 서둘러 철수.
서둘러 내려오다 건너는 개울에서 다시 한 번.......
늦은 점심을 먹으러 주막집에 들어갔다.
그런데.......어이쿠
잣나무숲으로 나홀로 비박산행 오신 분이 날 알아보신다.
블로그에 자주 찾아오신다고 하는데.........
봉돌님이라고 하셨던가?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헤어진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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