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P/시

발자국 // 전정아

 

 

 

이른 새벽 새 한마리 쪼르르
눈 쌓인 산길을 넘어갔다
작은 새 발자국 능선을 넘어
길고 긴 순례의 길을 걸어갔다
발자국을 따라가며
새발자국 화석을 생각한다
눈 위를 맨발로 걸어간
꽁꽁 얼어붙은 발자국에는
비린 살냄새와 가냘픈 심장소리
새는 잠시 고단한 날개를 접고
적막한 눈 산을 콩콩 뛰며
발도장을 찍어보고
젖은 날개를 퍼덕였을 것이다
이른 산에 올라
먹이를 찾는 새의 눈빛과
배고픈 울음소리를 생각한다
반짝이는 은빛 발자국 옆에 누워
눈옷을 입고 날아가는
새의 모습을 찾아본다

 

 

 

 

 

 

 

 

국망봉에서, 2012년 1월



'NP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백꽃 // 유광종  (0) 2012.02.27
성에꽃 눈부처 // 고형렬  (0) 2012.02.20
눈꽃 시인 // 박우복  (0) 2012.02.06
고사목 // 최을원  (0) 2012.01.30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 김장호  (0) 2012.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