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로도 솔잎 위로도 뜻도 없고
이유도 없이 아무렇게나 뿌려지는 가을
햇살을 보며 나도 가던 길을 멈추고
갈참나무인지 굴참나무인지 알 길이 없는 낙엽들이 뒤엉켜 쌓여 있는 숲그늘에 털썩 눕는다.
쉬잇! 이미 가을 벌레들이 자리잡고 쉬고 있는 중이다.
여보게 설마 날더러 나가라고는 안 하겠지.당신이나 나나 이 우주에서 허락없이 할 수 있는 것이 몇 가지 되겠는가.
이 무진장하게 쏟아지는 가을 햇볕이나 쬐다가 가세.
노린재 한 마리
벌써 내 옷소매 위에 올라앉는다.
연인산에서,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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