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P/시

허락없이 숲에 눕다 // 서홍관

 

 

 

 

구름 위로도 솔잎 위로도 뜻도 없고

이유도 없이 아무렇게나 뿌려지는 가을
햇살을 보며 나도 가던 길을 멈추고

갈참나무인지 굴참나무인지 알 길이 없는 낙엽들이 뒤엉켜 쌓여 있는 숲그늘에 털썩 눕는다.

쉬잇! 이미 가을 벌레들이 자리잡고 쉬고 있는 중이다. 

여보게 설마 날더러 나가라고는 안 하겠지.당신이나 나나 이 우주에서 허락없이 할 수 있는 것이 몇 가지 되겠는가.

이 무진장하게 쏟아지는 가을 햇볕이나 쬐다가 가세.

노린재 한 마리

벌써 내 옷소매 위에 올라앉는다.

 

 

 

 

 

 

 

 

연인산에서, 2011년 7월

 

 

 

 


'NP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색의 다발 // 이기철  (0) 2014.10.10
풍경을 읽다 // 이정화  (0) 2014.10.03
무한 바깥 // 정현종  (0) 2014.09.12
각인 // 배한봉  (0) 2014.09.05
그리움 // 이성부  (0) 2014.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