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20(금)
어제 술을 많이 마신 탓에, 오늘 아침식사는 편한 시각에 일어나, 각자 알아서 먹기로 했다. 그러나 나는 네팔에 와서의 버릇이 그대로 나타나며 아침 일찍 일어났다. 어제 술자리를 같이 하지 못한 후배 둘에게 미안했는데, 마침 그들도 비슷한 시각에 일어났다. 내가 쏘겠다며 서양식 아침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함께 갔다. 빵과 커피. 분위기는 괜찮았는데, 그만 막 구워낸 빵이 아닌 것을 택하는 바람에 몇 조각 먹다가 기권!
인제 또 언제 오겠는가? 방랑자의 낭만을 벗어나기 싫어 목적 없이 타멜 거리를 돌고 또 돌았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이런 분위기와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거리 구석구석을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하며 걷고 걷다가......점심은 역시 네팔짱. 확실히 싸고 맛이 내 입에 착착 감긴다.
3시 30분 비행기다. 네팔짱에 부탁해 미니버스를 1시까지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나 앞 팀을 공항까지싣고 갔던 버스가 영 오지 않는다. 30분이나 지났을 때, 버스가 오고......혼잡한 거리를 지나 공항에 도착하니 2시가 넘었다. 서둘러 짐을 부치고, 보딩 패스를 받고.......정신 없이 수속을 밟는데, 줄은 너무 길고.......입국할 때는 간단했는데, 출국은 검사가 엄격하다. 다 끝났는가 싶었는데, 무장군인들이 비행기 안에 들고갈 가방들을 뒤집고 까발린다. 내 차례다. 배낭을 여는 순간, 마지막으로 샀던 물건인 네팔 민요 씨디가 먼저 나왔다. 군인이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그냥 통과시킨다. 굿!
비행기는 정확히 3시 30분에 떴다. 한국 시각으로 6시 45분이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빈 자리가 드문드문 보인다. 갈 때와는 달리 올 때는 시간이 거의 한 시간 이상 줄었다. 바람 탓이란다. 서울에 도착한 시각은 다음날 새벽 12시 30분 경이다. 당연히 그 시간에도 운행하는 공항버스가 있었다.
안나푸르나에 대한 정보가 워낙 많이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이번이 첫 트레킹이었지만 여러 가지가 전혀 낯설지는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빼어난 풍광과 트레킹 코스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즐거움, 그리고 롯지의 편리함(물론 큰 도시의 숙소보다야 못하지만, 생각한 것보다는 편리하다) 따위는 출발 전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특히 내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산행, simple과 slow를 가장 완벽하게 적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레킹이었다. 복잡하고 난해한 것 하나 없다. 눈이 뜨이면 밥 먹고 걸으면 된다. 도처에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풍광이 펼쳐진다. 마주치는 사람들과 나마스떼 인사를 하며 마음의 평화를 나눈다. 다리가 아프면 아무 곳이나 걸터앉아 맑은 공기를 심호흡한다. 그리고 적당한 롯지에서 머물며 해 지는 모습을 바라보다, 별이 뜨면 별과 몇 마디 나누고 침낭으로 들어가면 된다. 빨리 걸을 수도 없다. 그런 자들을 위해 위에서 고소병이 기다리고 있다. 등산화에 부딪히는 돌부리의 지긋함, 능선을 타고 내려와 숲을 가로질러 내게 다가오는 바람소리, 오랜 세월 눈 밑에서 잠자다 계곡을타고 흘러내리는 계류의 속삭임, 질곡같은 삶 속에서 지쳐버린 나를 향해 흔드는 저 먼 설봉의 손짓......이런 것들을 음미하며 걷느라면 빨리 걸을 수도 없다.
귀국 후, 가까운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안나푸르나에 갔다오지 않으면 우리가 지구별에 태어난 의미가 없다고. 귀국한 지 보름 이상이 된 요즈음, 나는 매일 네팔 지도를 꺼내놓고 어라운딩을 꿈 꾸고 있다.
아침을 먹었던 곳
저 여경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나와 마주쳤다. 나중엔 서로 눈인사를 나누었는데, 사진을 정작 찍으려니까 휑하고 돌아서버렸다.
네팔은 크게 인도 아리안계와 몽골리안 계열의 티베트 족으로 나뉜다. 티베트 족들은 거의 우리들 얼굴과 비슷하다. 위의 인물은 아리안계.
환전은 밤늦게까지 가능하다. atm에선 카드로 현금을 뽑아 쓸 수도 있다. 내가 카트만두에 있을 당시, 신문에 난 공식 환율은 1달러당 74루피. 그러나 환전소에서는 대부분 72루피로 계산했다. 내가 달력을 살 때, 가게 주인에게 달러도 되냐고 물으니 ok. 그런데 그 친구 신문을 보더니 달러당 74루피로 계산해 준다. 그러나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가게에서는 72루피로 계산했다.
타멜거리를 걷다 보면 이처럼 네팔의 전통 악기를 연주하면서, 악기를 파는 장사꾼이 많다.
3일간 타멜 거리를 걸을 때, 붓다 호텔 근처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전통악기를 팔던 이 친구를 수없이 만났다. 처음엔 사달라고 매달렸으나 나중엔 하도 많이 만나 겸연쩍어 하며 웃기만 했다. 그런데 우리가 공항으로 떠나려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그 순간, 또 만났다. 나에게 출국하느냐고 물었고, 그렇다는 내 대답에 크게 아쉬워한다. 결국 이 친구에게서 씨디 한 장을 샀다. 그런데 이 순간 습관적으로 씨디 값을 후려쳐 싸게 샀다. 400루피를 달라고 하는 것을 200루피에. 그게 마음에 걸린다. 그냥 400루피를 주었어야 하는데.......
공항으로 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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