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잠시 쉰 후, 뒤에 있는 전망대로 향했다. 아뿔싸! 구름이 가득하다. 전혀 앞이 안 보인다. 조금 전까지만해도 희끗희끗 안나푸르나 1봉이 보였었는데.......있을 때 잘하고, 보일 때 사진 찍자! 전망대 위에 서니 계곡에서 빙하 깨지는 소리와 눈사태 소리가 조금도 쉬지 않고 들려온다. 두려움도 잠시, 원초적 자연의 세계에 와 있음이 온몸을 전율케 한다.
아쉽다. 안나푸르나의 거대한 모습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깨져서. 며칠 째 이런 상태란다. 식당에 앉아 다시 기회를 엿보았지만 구름이 걷힐 기미가 안 보인다. 이제는 하산해야 할 시각. 미련이 남아야 다시 또 오겠지......아쉬운 마음을 추스리며 산 아래로 발걸음을 옮겼다.
mbc로 내려오는 길. 앞에 딱 버티고 선 마차푸차레가 구름과 함께 다시 자연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입에서는 절로 탄성이 나오고 손은 카메라를 잡는다. 오전과는 달리, 이제는 우리가 기쁨에 넘친 나마스떼를 외치고, 올라오는 이들은 기대감에서 응답을 한다.
데우랄리를 지나면서 발걸음의 속도가 빨라졌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지난번 경험을 살려 이번엔 포터를 미리 보내 뱀부에서 방을 잡도록 했다. 뱀부로 가는 길, 무척 어두어졌다. 헤드 랜턴을 켜야만 했다.
역시 뱀부는 붐볐다. 쓰리 베드룸 둘만 남았다. 하는 수 없이 한 방에 침대 하나를 더 들여놓고 넷이서 잤다. 무사히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다녀왔다는 들뜬 마음에 모든 것이 풀어졌다. 서로 떠들며 술잔을 기울였다. 옆방에 있는 서양 여자가 불만을 토로한다. 롯지의 방과 방 사이에는 얇은 합판 조각 하나만 있는 탓에 옆방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다. 그런데 우리들이 술에 취해 왁자지껄 떠들고 있으니 화가 날만했다. 그 결과 다음날 그 여인의 무서운 눈꼬리를 마주쳐야 했다.
전망대.
여기서 안나푸르나 1봉의 장엄한 모습을 보았어야 하는데. 이 자리와 안나푸르나 1봉 사이에 깊은 계곡이 있다. 그 깊은 심연에서 들리는 눈사태, 그리고 빙하 깨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그 소리마저 장엄했다.
아쉬움 속에 하산하며 되돌아본 abc롯지들.
우리가 걷는 계곡 사이로 끊임없이 구름이 몰려 올라오고 있었다.
mbc에 있는 어제 묵었던 롯지.
데우랄리
히말라야
아쉬움에 가끔씩 뒤를 돌아다보다 찍은 해질 무렵의 마차푸차레.
더반
뱀부의 숙소 앞. 산이 깊어 해가 일찍 졌고, 지는 즉시 날은 어둑해졌다. 우리가 도착한 6시쯤, 이미 한밤중과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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