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과 길/비박산행

청산도 비박산행 및 트레일 2일

 

 

 

2011.4.20(수)

 

 

비박지 출발(9:35)_  대선산 정상(10:12)_  고성산 분기점(10:30)_ 340봉(11:13)_  부흥리마을 분기점

(11:45)_  도로(12:12)_ 구들길 분기점(12:23)_  점심(12:40-1:13)_ 숭모사(1:30)_  상서돌담마을(2:5

0)_ 동촌리 할아버지나무(3:14)_ 신흥 불등해수욕장  정자쉼터((3:26)_  목섬 일주(3:50-5:14)_ (택시

이동, 찬거리)_ 지리 청송해수욕장(6:00)

 

 

 

역시 상쾌한 아침이다. 어제 아무리 힘들었어도 비박 다음날 아침은 늘 상쾌하다. 텐트 안에서 듣는 새

들의 낭랑한 노랫소리가 하루의 시작을 즐겁게 해 준다.어제 그렇게도 불어제끼던 바람들은 모두 어디

갔는지 바람 한 점 없다. 게다가 따스한 햇살이 오늘의 여행을 축복해 준다.

 

 

오늘은 어제와 코스의 분위기가 좀 다르다.어제는 자연과 교감하며 걸었다면,오늘은 사람도 만난다.여

행의 즐거움은 자연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서도 나온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지리 청송해

변에서 노을과 함께 지낼 것이다.

 

 

 

 

 

 

 

 

옹색했던 비박지.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뜨니 완전히 새들의 집합소였다.

거대한 합창단의 노래를 듣는 느낌이었다.

이방인의 출현에 놀란 듯, 정신없이 울어댄다.

 

 

 

 

 

 

 

 

풍광도 좋지만 나도 기념 사진 하나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대선상 정상에서 찍을까 하다, 오르는 중턱 조망 좋은 곳에서 셀카를 남겼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정상은 정상석 하나만 달랑 놓이고 갇혀진 공간이었다.

만일 이 순간 찍지 않았더라면, 산줄기에서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할 뻔했다.

 

여행을 하거나 산행을 할 때 가끔 이런 일이 생긴다.

지금보다 더 좋은 곳이 있겠지, 저곳은 이곳보다 더 높으니 조망이 좋겠지 생각하고 갔더니

기대와는 달라 좀전의 장소가 아쉬울 때가 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지 않던가.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일 수 있다.

 

 

 

 

 

 

 

대선산 정상.

대봉산 정상 방향으로 진행하려면, 갈림길에서 잠시 이곳에 올라갔다 내려와야 한다.

 

 

 

 

 

 

 

대봉산 정상 방향으로 가는 길.

어제 보적산 산행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보적산은 산행로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으나, 이곳은 숲길이다.

게다가 훨씬 많은 양의 꽃들이 곳곳에 피어 있었다.

 

 

 

 

 

 

 

 

 

 

 

 

 

 

 

청산도 선착장인 도청항에 내린 후,

여기를 거쳐 보적산 범바위 방향으로 가는 사람 한 분을 만나다.

 

 

 

 

 

 

 

 

되돌아 본 대선산.

 

 

 

 

 

 

 

 

 

 

 

 

 

 

 

누군가 대성산이란 팻말을 걸어 놓았다.

그러나 행정기관에서 표시한 이정표에 따르면,

이곳에서 더 진행하다, 대봉산 바로 앞에 있는 봉우리가 대성산이다.

 

 

 

 

 

 

 

 

 

 

 

 

 

 

 

 

 

 

 

 

 

 

잡풀이 우거진 곳, 한가운데 헬기장 표시가 있다.

 

 

 

 

 

 

 

 

집을 떠날 때 원래 계획은 이곳에서 대봉산까지 오른 다음,

신흥리로 내려가 슬로길 8,9코스를 걸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어젯밤 바로 앞서 다녀간 후배와 통화를 했다.

6,7코스를 추천한다. 그 길을 걸으려면 여기서 하산을 해야 했다.

 

욕심을 내서 산을 모두 걸은 후,

신흥리에서 택시를 타고 6코스 출발점까지 가볼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물이 문제다.

200 미리 리터밖에 남지 않았다.

 

 

 

 

 

 

 

오늘 걸은 코스이고, 마지막 지점에서 택시로 이동해 동그라미 지점으로 간다.

이 지도에 나와 있는 지명 가운데 몇은 행정 관청에서 표기한 이름과 다르다.

대성산으로 표기된 봉우리는 대선산이고,

동그라미의 지리해수욕장은 지리 청송해수욕장이다.

 

하산하여 걷게 되는 마을은 항구와 정반대편에 있다.

지리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삶의 모습도,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도 항구쪽과는 좀 다르다.

항구쪽 사람들은 우리가 주변에서 늘 보는 사람들처럼 이익에 밝다.

그러나 맞은편 사람들은 땅만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로

우리가 청산도를 여행하며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이다.

아직도 그들에겐 따스한 웃음과 마음이 남아 있다.

 

청산도가 슬로우걷기축제를 하고 있는 요즈음,

하루 네 편밖에 다니지 않던 배가 열 여섯 편으로 증선되었다.

관광객이 단체로 버스를 타고 몰려오고 있고, 승용차를 이용해 육지에서 건너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행정관서에서는 관광객의 증가가 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확신 속에

홍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 떡고물은 선주, 상인에게만 떨어지고,

 실제 우리가 만나고팠던 사람들. 즉 항구 반대쪽에 거주하는 사람들과는 전혀 무관하다.

오히려 한가롭게 살아가는 그들의 삶에 번거로움만 남겨 주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삶은, 우리 사회는

이처럼 모순투성이다.

 

 

 

 

 

 

 

도로로 내려가 왼쪽으로 잠시 오르면 백련사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마을로 내려가다.

 

 

 

 

 

 

 

구들길 분기점. 여기서 슬로길과 마주친다.

표시를 따라 가려다 밭을 일구고 있는 분께 여쭈었다.

식당 있는 곳까지 가려면 굶어 죽기 쉽상이란다.

이 마을에 식당이 딱 한 곳 있는데 그곳에 가서 먹고 갈 길을 가란다.

 

 

 

 

 

 

 

 

 

 

 

 

 

 

 

 

 

 

 

 

 

 

부흥리 마을 건너 신흥리에 있는 식당. 겉에서 보기엔 거창한 식당이다.

한켠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겉보기와는 달리 식당은 반쪽인데 게다가 매점과 같이 쓴다.

몇 명이냐고 묻는 순간, 골이 띵했다.

어떤 사람들의 후기에 따르면 혼자 온 손님은 안 받는 식당들도 있다고 해서다.

혼자 다니는 여행의 서러움이다.

뭘 먹겠냐고 묻지도 않는다. 그냥 들고 나온다. 유일한 메뉴가 백반이다.

원래 매운 고추 외에는 먹지 않는데 희한하게 큰 고추 한 입 베어 물으니 아삭아삭 맛있다.

된장국도 일품이다.

 

옆에 커다란 방이 있는 모양이다.

할머니들이 노래방 기계를 켜놓고 신이 났다.

식당 앞 건물 양지 바른 곳에 우두커니 앉아 담배를 피고 있던 할아버지 세 분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바야흐로 할머니 전성시대다.

 

 

 

 

 

 

 

 

구들길 분기점에서 식당으로 내려올 때 짜증이 났다.

길을 반복하는 듯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당 앞에 난 길 표지를 따르니,

부흥리 동네를 한 바퀴 돌아 그곳으로 가게 되어 있었다.

 

 

 

 

 

 

 

 

 

 

 

 

 

 

 

 

 

 

 

 

 

 

부흥리 숭모사.

조선의 6대 성리학자 중 한 분이신 귤은 김유 선생을 숭모하여 그 제자들이 세운 사당.

김유 선생은 원래 여수 출신인데,

이곳에다 서당을 세우고 후학들을 배출하셨다 한다.

정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점심 식사 전,하산하며 내려왔던 곳.

마침 아까 대화를 나누었던 분이 경운기를 타고 나가시며,

점심 맛있었냐고 정겹게 물으신다.

그분의 웃음 짓는 표정만으로도 오후의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청보리와 보적산

 

 

 

 

 

 

 

_염소야, 안녕?

_인간아, 안녕?

녀석이 나를 꿰뚫어지게 쳐다본다.

_ 너, 뭐하고 있니?

_걷고 있어.

걸어가다 휙 돌아서 보니 녀석이 그때까지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유채꽃과 보적산

 

 

 

 

 

 

 

 

 

 

 

 

 

 

상서리 돌담마을. 제주도처럼 청산도에는 돌담이 많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_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동촌리 마을 정자에 있을 때였다.

유골함을 든 행렬이 지나가고 있었다.

서울에서 오느라 힘들었겠노라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죽어서 고향에 돌아오는 모양이다.

마을 할머니 두 분이 길가에 앉아 있다가 행렬이 다가오자

일어서서 그 이름을 크게 부르며 통곡하다 다시 주저앉는다.

행렬 중에 있던 젊은 여자 하나가 그 두 분의 등을 다독거린다.

 

통곡하던 할머니들은 죽은이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어린 시절 친구인가?

할머니들을 다독이던 젊은 여인은 죽은이와 어떤 관계일까?

헤어짐은 늘 슬프다. 그리고 남의 슬픔을 보는 것도 슬프다.

 

 

 

 

 

 

 

그 정자 바로 옆에 있던 이 나무. 보호수라고 적혀 있다.

슬로길 안내 책자를 보고,이것이 동촌리 할머니나무냐고 동네분에게 물었다.

이 나무에서 조금 더 내려간 곳에 있는 나무를 가리킨다.

그리고 이 나무는 할아버지나무란다.

할머니나무는 사진 찍기가 싫으신지 영 불편한 자세를 갖고 계셨다.

 

 

 

 

 

 

 

 

청산도에 관광객이 정말 많이 찾는 가 보다.

곳곳에 민박집이 형성되어 있고, 새로 짓는 곳들도 많았다.

 

 

 

 

 

 

 

 

 

 

 

 

 

 

 

신흥 불등해수욕장 정자쉼터.

이 근처가 일박이일 촬영지라든가?

 

 

 

 

 

 

 

정자쉼터에서 목섬으로 가는 길, 안내 책자에 들국화길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원래 들국화가 많은 길은 아니나, 청산도 슬로길을 내면서 해안도로에 들국화를 많이 심었다고 했다.

그러나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심어 놓은 들국화는 모두 죽었고, 대신 담쟁이들이 들어앉았다.

사진 속 들국화는 정자쉼터 옆에 있던 꽃들.

 

 

 

 

 

 

 

 

목섬.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아나오도록 길을 만들었다.

오른쪽은 모두 숲길이고 왼쪽은 숲길과 해안길이 섞여 있다.

그리고 섬 뒤 중간 지점에 목섬새모가지가 있다.

 

 

 

 

 

 

 

 

 

 

 

 

 

 

 

쌕쌕이 두 대가 내 발걸음을 축하 비행하는  중.

 

 

 

 

 

 

 

 

 

 

 

 

 

 

 

 

 

 

 

 

 

 

 

 

 

 

 

 

목섬 뒤에 있는 새모가지바위. 목섬과 연결된다.

이 근처, 풍광 좋고 앞에 넓직한 바위가 있다.

드러누워 하늘을 보고, 서서 먼 바다를 보고, 앉아서 나를 본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상쾌한 시간을 보내다.

 

 

 

 

 

 

 

 

 

 

 

 

 

 

 

 

 

 

 

 

 

 

 

 

 

 

 

 

 

 

 

 

 

 

 

돌아나오는 길, 해변길을 잠시 걷는다.

 

 

 

 

 

 

 

 

축하 비행 고만 좀 하지.......

 

 

 

 

 

 

 

 

 

 

 

 

 

 

 

할머니 두 분이 우무를 건지고 계셨다.

오른쪽 분은 망태를 짊어지고 걸으시다 돌에 넘어지셔 다리를 저셨다.

나와 함께 걸으며 왼쪽에 있는 친구에게 빨리 오라 소리치셨지만,

그분이 더 건지고 가신다 하자 하는 수 없이 길을 되돌아가셨다.

고달픈 삶을 사는 두 분을 보고 가슴이 찡하다.

 

사회적 불평등은 소득에서 비롯되고,

소득은 직업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소득이 많은 직업이 반드시 사회적 공헌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갖고 있는 한계다.

 

 

 

 

 

 

 

목섬 주차장으로 다시 나왔다. 콜 택시를 불렀다.

항구에 가서 찬거리를 마련하고, 지리 청송해수욕장으로 향하다(15000원).

 

 

 

 

 

 

 

 

청산도 지리 청송해수욕장. 청송해변에 솔밭이 길게 늘어져 있다.

솔밭에 텐트를 치고 노을을 즐기다. 어제 저녁보다는 훨씬 한가롭고 편안한 시간이다.

 

 

 

 

 

 

 

 

 

 

 

 

 

 

 

 

 

 

 

 

 

수평선 너머 또다른 섬으로 해가 지다.

 

 

 

 

 

 

 

 

 

 

 

 

 

 

 

목섬에서 항구로 회를 사러 갈 때 황당한 경험을 하다.

회를 사려 한다고 하자, 택시 기사분이 전복을 적극 추천하다. 청산도 특산물이란다.

그리고 전복은 최소 1kg(6만원) 이상만 판다고 한다.

혼자 어찌 1kg을 먹냐고 하자 양이 많지 않다고 고집한다.

 

식당 앞에 내려놓는다.

주인 여자에게 3만원 어치만 달라고 하자 순순히 그러마 한다.

나오는 양을 보니 혼자서 먹기에 충분하다.

 옆에 있던 해삼도 입맛을 돋군다.

결국 해삼 1만원 어치와 전복 3만원 어치를 준비했는데, 와서 먹으려니 엄청난 양이다.

그 식당은 기사분 부인이 운영하던 식당이었다!

그리고 전복은 액수에 맞추어 판다!

기사분의 욕심이 과해 기분을 망쳤지만,

파도소리와 함께 먹는 전복회 맛은 기가 막혔다.

 

청산도의 밤이 깊어간다.

 

 

 

 

 

 

 

27511

'산과 길 > 비박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욕지도 비박산행 1일  (0) 2011.05.11
청산도 비박산행 및 트레일 3일  (0) 2011.04.29
청산도 비박산행 및 트레일 1일  (0) 2011.04.25
주금산 비박산행 2일  (0) 2011.04.14
주금산 비박산행 1일  (0) 2011.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