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산 백패킹 2일
2018.5.19(토)
어젯밤 바람은 정말 대단했다.
경주용 말, 폭주기관차가 달리듯 엄청난 속도로 숲을 갈랐다.
강약 속도 조절 없이 그냥 같은 속도로 내달리는 강풍이었다.
그나마 우리는 자리를 잘 잡아 무탈헸지만,
밤에 몇 번씩 눈을 떠야만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해는 이미 떴고, 어제부터 달리던 바람은 아직도 멈출 줄 모른다.
시간이 좀 지나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다.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서기로 한다.
이제야 어느 정도 바람이 잦아진 상태.
부지런한 산객 몇 사람이 지나간다.
서리산 정상에 오를 때쯤에는 완연히 따스한 볕이 배낭 위에 내려앉는다.
정상에는 몇몇 부부팀이 따스함을 즐기고 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서 행현리 방향 헬기장으로 갔다 다시 올라오는 사람들도 더러 보인다.
어제와 그제 내린 비로 시야가 상당히 트였다.
저 맨 끝에 보이는 줄기가 개성산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북한산 도봉산 줄기도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고......
정상에서 전망데크까지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저 끝은 정상, 여기는 전망데크다.
철쭉이 한창인 때,
이곳에 서서 보면 왼쪽에 철쭉 군락이 한반도 지형을 그린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철쭉이 모두 진 상태로 주변의 철쭉동산 철쭉도 모두 수명을 다했다.
우리가 하산을 할 즈음,
상당히 많은 당일산객들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아마도 산행 목적이 철쭉이었다면 상당히 실망했으리라.
천마산 철마산 주금산 줄기.
저 줄기를 1박 2일로 걷고자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힘들게 되었다.
서리산이 철쭉으로 유명하지만,
우리의 이번 백패킹 목적은 철쭉이 아닌 맑은 공기와 푸른 숲이었다.
그런 면에서 대만족한 이틀간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