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방산 비박산행 2일
2017.2.11(토)
어젯밤 혹독한 추위가 몰려왔다.
잠자리에 들 때 쓴 비니 정수리 부분에 성에가 가득하다.
성능 좋은 파이네 텐트이지만 이너 텐트 안쪽을 손으로 만지니 성에가 쓸려간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고 식사를 하는데,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운동부 아이들이 단체로 올라와 새벽을 맞는다.
하산을 시작하다가 정자에서 잠시 주저한다.
간단하게 어제 그 길로 다시 내려갈 것인지,
아니면 선광사로 내려가 왕산사로 이어지는 길로 하산할 지를.
새로운 길에 대한 호기심으로 선광사 방향으로 향한다.
처음 10여 분간은 선답자의 발자국이 뚜렷했다.
그러나 그후부터 길이 사라지면서 온갖 고생을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낭떠러지나 특별히 힘든 비탈길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도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길 아닌 길을 헤메며 내려오니
다 내려왔을 땐 기운이 쏙 빠진다.
벌써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중에 택시 기사에게 들은 소리, 이 계곡을 따라 내려왔어야 했다.
선광사에서 왕산사로 이어지는 트레일 코스를 걷는데,
처음에는 길이 또렷하다 어느 순간 길이 여러 갈래다.
아까 내려올 때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 전진을 포기한다.
게다가 점심 시간이 다 되어 배도 고프고......
선광사 앞에서 택시를 불러 승용차가 있는 왕산사로 향한다.
등산 경력이 많은 기사에게 내려올 때의 이야기를 하니,
그런 사람이 한둘 아니란다.
아울러 들은 말.
왕방산 앞에 호병골이 있는데,
왕이 사냥 나왔을 때 호위무사들이 묵었던 곳이란다.
왕방산이 옛날 왕의 사냥터였다는 구전이 사실인 듯.
그러나 지금은 왕방산에 호랑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