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아니오니골- 응봉능선- 음지골 비박산행 2일
2015.6.1(월)
비박지 출발(8:00)- 응봉능선, 점심(12:00-12;50)- 음지골 날머리(5:00)
어젯밤에는 잠시 멍한 상태에서 두 번이나 깼었다.
골짜기 위에서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나뭇잎들이 파도처럼 밀릴 때,
추위를 느껴 침낭을 여몄지만 플라이 문 닫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또 하나는 심야의 침략자,
웬 산짐승이 식기들을 건드려 달그락거릴 때 어렴풋이 눈을 떠
주먹으로 땅바닥을 두어 번 치고 다시 잠에 들었다.
출발.
오늘은 상당히 거친 지역을 오른다.
비박지를 지난 지 30여 분 지났을 때 심마니터를 만나고,
그후로는 아주 희미한 등산로가 여기저기로 흩어져 산행이 쉽지 않다.
길은 가파르고 나뭇가지는 늘어져
심한 저항 속에 어렵게 어렵게 능선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한다.
맑고 깊은 물은 계속 이어졌다.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지역도 지나간다.
드디어 조망이 터지기 시작한 응봉능선, 안산과 연결이 된다.
볼거리가 있는 것도 그렇지만,
이제 그 힘겹게 올라온 비탈길과 작별하고 내려갈 생각을 하니 힘이 솟는다.
아침에 남은 반찬으로 만든 비빔밥에 된장을 얹어 점심을 먹는다.
올라오며 뜯은 곰취도 곁들이고.......
그래, 설악산이다.
공룡능선 용아장성 대청봉.......
어라?
내가 이때 왜 양말을 벗지 않았지?
음지골, 말 그대로 오랜 세월 음지에 쌓여 있는 낙엽이 융탄자처럼 깔렸고,
간간히 위험스러운 낭떠러지 바로 옆을 지나기도 한다.
아니오니골처럼 계곡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산 종료 지점 근처에 이르렀을 때야 계곡에 발을 담근다.
거의 다 내려왔을 때 계곡으로 빠져 알탕을 즐긴다.
그러나 바로 직전,
다 내려왔다고 안심하던 찰라,
이끼에 미끄러지며 다리에 상처가 난 나는 등목으로 대신한다.
이번 비박산행 시 갖고 간 폼 매트리스는
여기저기 저항 속에 깊은 상처가 났고,
그럴 때마다 나는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날머리에 있던 자작나무숲
음지골 날머리에서 걸어 20여 분 거리에 있는
우리 차가 주차한 아니오니골 입구 식당.
송어회로 산행을 마무리한다.
내려 온 이 순간
다시 설악을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