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태산 비박산행 1일
2014.10.17(금)
제 2주차장(3:35)_ 삼거리(5:40)_ 헬기장(6:25)
승용차를 몰고 비박산행을 위해 방태산으로 향한다.
원대리에 접어들었을 때, 연료 부족 경고 신호가 계기판에 뜨는데,
가는 길 주유소가 너무 멀다.
하는 수 없이 차를 되돌려 주유를 하고 다시 방태산으로 향하니
30여 분 정도 지체된다.
억세게 운이 없던 날의 서막이었다.
방태산은 사방팔방 계곡이 잘 발달되어 있다.
제1 야영장 근처에서 계곡 사진을 찍고, 방태산의 명물인 2단 폭포는 내일 찍기로 한다.
예전엔 사진을 찍기 위해 이런 곳을 다녔지만,
이제는 산행을 하며 남기는 기록의 하나일 뿐이다.
제 2야영장 위의 주차장.
폭포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한 ND 필터가 아무리 용을 써도 분리되지 않는다.
여기서 30여 분 또 지체한다.
왕재수 선생의 두 번째 방문이었다.
지난주 홍천 삼팔선 휴게소에 들렸을 때 깜짝 놀랐다.
춘천호의 물이 비쩍 말랐다.
수분을 제대로 공급 받지 못한 단풍들이 말라 비틀어져 떨어졌다.
왼쪽길은 완만하고 오른쪽은 가파르다.
통상 왼쪽으로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오는데,
헬기장 비박하려는 나는 당연히 왼쪽으로 올라야 한다.
ND 필터가 UV 필터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면,
아무런 힘을 가하지 않았는데도 스르르 풀리곤 했다.
요행을 믿고 길에 주저앉아 또 만지작거리지만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엉덩이를 털고 다시 오르기 30여 분,
아차차차!
필터를 만지작거릴 때 거추장스러운 후드를 빼 배낭 위에 얹어 놓았었는데,
길을 나설 때 그냥 배낭을 멨다.
후드 분실!
왕재수 선생의 세 번째 방문이다.
안부
왕재수 선생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구룡덕봉에서 노을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재수 없는 상황과 씨름하며 보낸 한 시간 이상의 시간들이 아깝다.
구룡덕봉 정상 데크 위에 텐트를 친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정상 직전 헬기장에 잠자리를 마련한다.
헬기장까지 오프 로드 차량이 올라 올 수 있기 때문에
혹시나 떼거지로 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는데 나홀로 비박이다.
바람이 몹시 불어 오랫만에 8펙을 박는다.
왕재수 선생께서 강력한 불방망이를 들고 네 번째 강림하셨다.
세상에 이럴 수가! 가스 버너 고장!
전에도 이런 일이 있어 그후 혼자 다닐 땐 꼭 두 개의 버너를 준비했는데,
요즈음 느슨한 틈을 타, 왕재수 선생님의 강림!
겁이 덜컥 난다. 버너 때문만은 아니다.
이 재수 없는 날의 끝은 어디인가?
오늘 닭가슴살숙주볶음을 하려고 준비해 간 닭가슴살통조림이 그나마 나의 위안이었다.
보통 135그램짜리를 들고 다녔는데 오늘은 어쩌다 90그램짜리를 들고 왔다.
양이 적은 것을 택한 것에 가슴을 치지만,
맛은 그 회사 제품보다 훨씬 낫다.
바로 요 녀석들이다. 둘이 딱 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오늘같이 멍청한 날, 오히려 오락거리다.
둘을 떼어놓으려 이리저리 만지며 시간을 보낸다.
아무리 애를 써도 거부의 몸짓을 하던 둘.......
ND 필터 안쪽에 엄지를 대고 돌리니 스르르 풀린다.
텐트 밖으로 나가 야경을 찍고 싶었다.
어라?
카메라 밑에 부착했던 미니삼각대의 플레이트가 빠져 나갔다.
아까 계곡 사진을 찍을 때 동전이 없어 약간 허술하게 결합했었는데......
에헤라디혀~~~
왕재수 선생의 다섯 번째 왕림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