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반계곡_ 칼봉산_ 용추계곡 비박산행 1일
2014.8.1(금)
장마답지 않은 장마가 물러서고 폭염이 닥쳐온 8월 첫날,
경기도의 대표적 계곡인 경반계곡과 용추계곡을,
칼봉산과 묶어 걷는 비박산행에 나선다.
2시 15분 칼봉산 자연휴양림
가평의 산을 찾을 때마다 이용하는 동향의 택시 기사 한 분이 있다.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가겠다고 하는 것을 말리고 걸어서 올라간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반리 버스 종점에서 걸어갈 수도 있지만,
더위에 만만치 않은 거리를 걸어야 한다.
칼봉산 자연휴양림까지 차도 공사를 하고 있어 길이 무척 혼잡하다.
백학동 한석봉마을을 지난다.
한석봉이 예전에 가평군수를 지낸 적이 있는데,
지금은 오지나 다름 없는 이곳이 한때는 번창한 마을이었던 모양이다.
경반계곡은 용추계곡에 비해 작은 편이어서
그만큼 상대적으로 찾는 이도 적다.
휴 덥다 더워.
사진에도 더위가 묻어 있다.
더위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날씨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온몸을 적신다.
수락폭포까지 가는 동안 너덧 번 물길을 건너게 되는데 그때마다 시원하게 발샤워를 한다.
요 며칠 내린 비로 계곡의 물은 풍성했다.
물소리 또한 오케스트라를 형성했고.
3시 경반분교
예전에 분교가 있던 자리에 오토 캠프장을 만들었는데,
나름 유명세를 타고 있어 야영객들의 숫자가 엄청나다.
분교가 있을 정도로 화전민들이 근처 곳곳에 거주했던 모양이다.
분교까지는 좁고 불편한 돌길에서 덜커덩거리던 차량들을 보았지만,
이제는 눈에 띄지 않는다.
엄청난 더위, 게다가 시멘트 길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을 뒤집어 쓴 채
임도를 걷는다.
수락폭포까지 등산객은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한다.
경반사 앞에 있는 종.
폐교에서 가져 온 것이 아닐까?
3시 20분 경반사
경반사 작명, 용궁폭포.
폭포 상단 바로 옆에 좁은 앉을 자리가 있는데 이름하여 용궁기도처.
그리고 하단 옆에 텐트 한 동 정도 세울 수 있는 공터가 있는데 이곳에도 용궁기도처라는 팻말이 있다.
비박지로는 최상의 자리이지만 절 바로 앞이니 그리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칼봉산 자연휴양림에서 올라올 때부터 곳곳에 용궁기도처란 안내판이 있으니,
아마도 경반사가 무속인들을 상대로 호객 행위를 하는 모양이다.
수락폭포 안내판이 있는 지점, 여기서 큰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회목고개에 이르고,
폭포를 보고자 하면 왼쪽으로 잠시 들어가야 한다.
3시 50분 수락폭포
20억 년의 역사, 보잘 것 없는 나.
비록 1시간 30분밖에 걷지 않은 산행이었지만,
엄청난 열기로 많이 지쳤다.
이곳에 텐트를 치리라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른 시각에 그냥 주저앉는다.
앞에 작은 워터 파크가 있다.
훌러덩 벗어 던진 채 들어가 앉아 있고 싶지만,
아래서 야영을 하며 폭포를 구경하러 오는 손님들이 간간히 찾아온다.
밤이 다가오고 있다.
해가 지기 전 워터 파크에 들어가 시원하게 몸을 식히고 나오니 천국이 따로 없다.
오늘 능선을 따라 산행한 사람들은 더위에 애를 먹었겠지만
황홀한 석양을 보았을 듯 싶다.
우거진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한 뼘 하늘이 붉은 물감으로 채색된 저녁이었다.
앞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그리고 전염되어 오는 차가운 공기.......
계곡 비박산행의 행복감을 만끽하며 술 한 잔으로 여름밤의 시간을 보낸다.